북한보건의료네트워크

대부분의 경우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은 로타바이러스(rotavirus) 및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이다. 그 외에도 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이질 등이 원인이 되어 설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는 항생제의 투여가 필요 없고 수액요법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장티푸스나 이질과 같은 세균에 의한 설사는 항생제 투여가 필수적이다.

대홍수가 있었던 1995년도에 북한에서 콜레라 발생에 대해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1995년 대홍수 이전 평양체육문화 축전이 폐막한 직후인 5월초부터 해안지대에서 콜레라가 발생하여 홍수 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콜레라 치료약의 부족과 방역 시스템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8월31일에는 평양 남부, 원산, 신의주 등 북한 전역에서 콜레라가 만연하여 23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치료 중이라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하기도 하였다. 9월에는 러시아 비상대책본부가 북한에 전염병이 크게 번지고 있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국경 일부를 폐쇄, 출입국을 통제하기도 하였다. 홍수로 인해 식수의 오염이 심한데 물을 끓여 먹는데 필요한 연료나 나무 등이 부족하여 그냥 마시게 되면서 이러한 수인성 질환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콜레라의 폭발적 확산에 의해 많은 사람이 사망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 전해인 1994년에도 북한에서 콜레라 발생이 만연하여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다고 남한의 정보기관이 밝힌 바 있고, 1996년 6월에도 서부 해안과 자강도 지역에서 수백 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여 많은 수가 사망하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하였다.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본인이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기기도 하는 등⁶⁾ 콜레라 감염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1999년 7-8월경에도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역에서 콜레라 유행이 있었다고 국제기구가 보고한 적도 있다. 남한에서도 콜레라 발생에 관한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북한에서의 콜레라 발생과 이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콜레라의 경우 초기에 진단을 내려서 적절한 항생제와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주면 바로 회복되어 생명을 잃는 경우는 드문데 이러한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설사병의 경우 단순 설사로 바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치료가 안 되거나 치료가 지연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중국체류 난민보고서에서는 난민가족 구성원에 대한 조사에서 95년 대홍수 이후 98년 여름까지의 사망원인 분석에서 총 사망자 수 1,488명 중 파라티푸스에 의한 사망자수가 86명으로 전체의 5.8%에 해당하였다. 전국적으로 따져 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이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서도 이러한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한 상태이다. 2002년도에도 확인이 어려운 보도이기는 하지만 함경북도 무산시, 청진시, 함경남도 함흥시를 중심으로 이질, 장티푸스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이질과 장티푸스는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환자 발생시 환자를 격리 치료하고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 투여를 포함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치명적인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질환이다. 남한에서도 종종 이질과 장티푸스 환자는 발생하지만 환자 발생시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발생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만약 환자 발생시 진단이 늦어지거나 적절한 격리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들 감염증은 대규모로 확산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린이들은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 세균성 감염에 동반되는 설사 외에도 설사병을 앓는 경우가 흔히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경우도 있고 장기능 이상이나 섭취한 음식에서 포함된 독소 등에 의해서도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1998년 조사에 따르면 5세 미만 어린이 중 20%이상이 설사병을 앓고 있는데 대부분이 오염된 식수 이용과 불결한 화장실, 위생 개념의 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도에 진행된 2차 MICS에서는 조사 전 2주 사이에 설사를 경험했던 어린이는 32.4%였고 5세미만 어린이는 20.2%였다. 해안지대 어린이의 경우 25%로 가장 높았으며 6-11개월 사이의 어린이가 다른 시기 어린이에 비해 설사가 가장 많았다. 설사를 하는 어린이 중 9.1%는 설사에 대해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았고 70.1%는 ORS를 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사에 의한 탈수는 어린이에게 있어 중요한 사망원인의 하나이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보고에서는 북한 보건성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 1996년 1월부터 9월 사이에 설사병으로 사망한 5세미만 어린이가 1992년에 비해 2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최근에 대북지원 단체인 컨선월드와이드(concern worldwide)가 건강 증진을 위한 워크샵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진료소를 방문하는 어린이의 40-50% 정도가 수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데 장마 시즌에는 60-70%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 결석률이 4-18% 정도 되는데 평균 4% 정도가 수인성 질환 때문에 결석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십자연맹의 타일하드 박사는 1997년 북한의 상황을 돌아보고 나서 다음과 같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많은 질병이 필요한 약과 장비가 있으면 대부분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그러한 질병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한다. 사람들이 만약 충분히 먹지 못하다면 훨씬 더 병에 걸리기 쉬워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설사를 치료하지 않으면 영양부족이 더욱 악화하게 된다.”이처럼 설사 자체가 영양 섭취를 어렵게 만들고 또 영양 부족은 설사병 등 질병 발병 가능성을 높이므로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악순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북한의 어린이에게 공급되는 물이 급수에 적합한 기준치에 미치지 못해 설사가 빈번하다. 급수로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제대로 끓여서 마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수뿐만 아니라 소위 ‘대용식품’이라는 풀, 나뭇잎, 나무껍질, 도토리 등을 먹음으로써도 생긴다. 어린이들이 설사를 하게 되면 섭취한 음식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체내로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설사를 하는 경우 수분 및 전해질 부족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심하지 않으면 ORS를 투여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홍수로 인하여 북한에 단 하나뿐이었던 ORS 제조 공장이 심하게 파괴되었으며 게다가 홍수로 인한 생산 시설의 손상과 원료의 부족으로 인하여 1995년 이후 의약품 생산이 60%로 감소하면서 설사 치료에 필요한 항생제, 수액제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현재까지도 국제기구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기구의 지원은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엔아동기금의 경우 평양에 있는 제약 공장에 ORS, 항생제 등의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40톤 이상 제공하였다. 2002년도에 이미 백만 포 이상의 ORS가 생산되어 작년보다 생산량이 증가하기는 하였지만 전체 필요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