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는 북한에서는 어린이마비라고 부른다. 특징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질병으로 폴리오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불현성 질환 상태에서부터 비특이적 발열, 무균성수막염, 마비성 질환,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안전하고 값싼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이 널리 보급되어 천연두에 이어 박멸이 가능한 질환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소아마비 박멸을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소아마비 박멸을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첫째는 높은 경구용 백신 투여율을 유지하는 것, 둘째는 폴리오바이러스의 순환을 짧은 기간에 막기 위해 국가예방접종일(NIDs, national immunization days)을 정해 일시에 백신을 투여하는 것, 셋째는 폴리오바이러스나 소아마비 사례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것, 넷째는 폴리오바이러스의 마지막 근원지를 제거하기 위해 소탕 백신 투여(mopping-up vaccination)를 시행하는 것 등이다.

 

 

표 1.  북한어린이 급성이완성마비(AFP) 및 소아마비 발생 현황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AFP 보고사례	13	3	0	12	64	68	29
비소아마비 AFP 비율	0.1	0.01	0	0	0.89	1.06	0.35
검체가 적절한 AFP (%)	85	0	0	33	75	84	95
확진된 소아마비 사례	6	0	0	0	0	0	0
야생 바이러스에 의한 소아마비	4	0	0	0	0	0	0

 

  소아마비의 박멸을 위해서는 예방 백신 투여와 더불어 감시체계의 확립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88년 전세계 소아마비 실험실 감시망을 구축하였는데 국가소아마비실험실(National Polio Laboratory)과 국가소아마비실험실을 관장하는 지역소아마비실험실(Regional refernece Laboratory)4)이 이러한 목적을 위해 지정되었다.  그리고 확진된 소 아마비 사례만 보고하도록 할 경우 놓칠 수 있는 사례들에 대한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대부분의 소아마비 환자에서 나타나기는 하나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인 급성이완성마비(AFP, acute flaccid paralysis) 가 감시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 감시체계를 위해서는 15세 이하 어린이에게서 보고 된 급성이완성마비 사례가 모두 확인되어야 하며 또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로부터 수집한 분변 가검물에 대해 야생 폴리오바이러스 존재여부를 분석하여야 한다. 

  남한의 경우 1983년 3명의 환자 발생 보고 이후에 새로운 환자 발생에 

대한 보고가 없는 상태이다. 현재 소아마비 비유행국으로 분류되어 있어 국가예방접종일이나 소탕 백신 투여 등의 방법을 시행하지는 않고 있으나 소아를 대상으로 한 경구용 투여는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1987년부터 1994년까지는 소아마비 발생 사례가 없었는데 1995년 보건성은 7명의 환자가 소아마비로 확진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으며 1996년에는 6명, 1997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3명의 환자를 보고하였다. <표1>는 북한에서의 소아마비 발생 현황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해당 국가의 보고를 받아 발표한 자료인데 1995년의 자료는 빠져있고 1997년에는 확인된 환자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다만 1997년 3명의 급성이완성마비 환자 보고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것이 최종적으로 소아마비가 아닌 것으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최종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995년 7명, 1996년 6명으로 모두 13명이다.   

  이처럼 1995-6년에 다시 소아마비 발생이 보고 되고 있는 것은 이 시기에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수치가 보고된 환자 수에 근거한 것이라고 본다면 실제 환자 수는 더욱 많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국제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1997년 처음 ‘민족면역의 날(NIDs)’을 진행하였는데 이 이후로는 확인된 소아마비 발생 보고가 없다. 

  북한은 세계보건기구의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1997년 이후 소아마비 막별을 위한 ‘민족면역의 날’을 지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첫해인 1997년에는 5세미만 210만 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행하였으며 1998년에는 10월 20일과 11월 20일에 213만 명의 5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하였는데 이 해 소아마비 접종률은 77%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2000년에는 10월20일과 11월 20일에 그리고 2001년에는 비슷한 시기인 10월 22일과 11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하였는데 투여율이 9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의 보고에 따르면 ‘민족면역의 날’의 소아마비 백신 투여를 위해 리 단위 12,000여 곳의 투약 장소(immunization post)를 정하였으며 

 

그림 1. 민족 면역의 날 프로그램 일정 

 

45,000명의 보건의료 실무자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전국 12개 도 지역 모두에서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세계식량계획, 국제적십자연맹, 유엔개발계획의 실무자들로 구성된 팀이 사업을 모니터하였다. 이와 같은 전국적인 행사에 국제기구의 실무자들이 광범위하게 전국단위의 모니터링을 시행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북한 당국의 유연해진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2001년 11월20일에는  북한 방송에서 ‘민족면역의 날’행사를 맞아 중앙과 각 도, 시, 군 보건기관이 기술 강습과 위생 선전, 소아마비 예방 접종 사업을 벌였으며 지역별로 어린이 200-250명 당 의료진 3-4명으로 구성된 접종반이 운영되고 있다고 전하였다. 2002년도에는 제6차 연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전국적인 동원 프로그램을 통해 소아마비뿐만 아니라 비타민 A와 구충제 까지 동시에 투여하여 다각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소아마비 백신을 복용하기 위해 투약 장소를 찾게 되는데 이때 비타민 A와 구충제를 같이 받아서 복용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들은 이와 같은 방식이 공중보건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유용한 하나의 모델로 판단하여 다른 영역으로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소아마비 감시체계 구축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문가가 보건성의 급성이완성마비(AFP) 조사를 소아마비 퇴치운동의 일환으로 도와주고 있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가 처음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이후 2000년 상반기에 국가소아마비실험실(National Polio Laboratory)이 완전히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3명의 북한 전문가가 북경에 있는 지역소아마비검사실에서 훈련을 받았고 세계보건기구의 전문가가 북한을 방문하여 지원활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세계보건기구 소아마비 검사실 네트워크(WHO polio laboratory network)와의 연계를 위해 9월에는 검사실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평가 작업이 있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을 만족시켰으나 자료관리(data management), 바이러스 동정의 보고 지연 등  부족한 부분도 지적되었다. 2001년도에는 기술적인 기준은 만족시켰으나 실험실의 시설 인프라 복구가 충분하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졌다. 이후 세계보건기구의 조사반이 2002년 4월20일부터 26일까지 국가소아마비실험실를 방문 조사한 후 실험실은 공식적인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 2001년 말경에는 북한에서 소아마비의 박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2002년도에는 소아마비 박멸을 공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소아마비 박멸(polio-free)의 공인을 위해서는 철저한 감시체계의 운영 하에서 3년간 야생 소아마비 발생이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감시체계 권고 기준인 15세 이하 인구 10만 명당  1명 이상의 비소아마비성 급성이완성마비 발생률(non-polio AFP rate)과 보고된 급성이완성 마비 사례의 80% 이상에서 적절한 검체 수집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경우는 이를 대치할 수 있는 다른 자료들 즉 전향적인 급성이완성마비 조사, 후향적 급성이완성마비 사례 조사, 전국적인 장내바이러스 분리 등의 자료들을 제출하여 공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나 북한의 경우 금년에야 국가소아마비실험실(National Polio Laboratory)이 공식 승인을 받은 상태라 박멸(polio-free)을 공인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