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발생시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여 전염병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저항력의 소실이며 두 번째는 개인의 면역 능력 감소이다. 기아로 인한 무절제한 인구 이동, 공공시설에의 밀집, 개인과 가정 위생의 부실, 공공 위생 수단의 붕괴, 영양 부족으로 인한 피부와 점막 방어 기전의 붕괴, 면역 기능의 저하 등 복합적인 여러 원인에 의해 전염병은 증가하게 되고 전염병의 발생 시 효율적인 조절이 어려워 발생과 악화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1)
북한에서도 1995년 이후 전염병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염성 질환이 증가한 이유는 1)홍수에 의한 식수와 위생 시스템의 손상 2) 임상 진료 및 예방 프로그램의 능력 저하 3) 영양상태의 저하에 따른 감염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2)
북한 어린이에게 있어 일차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호흡기 감염증과 설사병이다. 이들 질환이 어린이에게는 흔하게 발생하는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료가 안 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고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설사병은 30%, 급성 호흡기 질환은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3) 세계보건기구의 현장 조사에서는 농촌지역에서 여름철 외래 환자의 25-30%가 설사병 환자였다고 한다. 도시지역에서는 보다 안전한 식수가 제공되므로 상황은 나아 보인다. 반면 겨울철에는 난방 부족으로 호흡기질환이 중요한 문제였다.4) 2002년 초반에 북한의 의료기관 현장 방문 후의 보고에도 여전히 이들 질환의 발생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5) 이들 2가지 질환은 북한에서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6)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정규 예방접종에 의해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질환들(disease preventable through immunisation)이 예방접종 프로그램의 붕괴로 인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아마비이다. 소아마비는 천연두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박멸이 가능한 질환으로 보고 전세계적인 퇴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질환이다. 북한에서도 소아마비 발생 보고가 없다가 대홍수 이후 새로운 환자 발생이 보고 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중적인 예방 노력을 기울여 다시 환자 발생이 멈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결핵, 말라리아 등 이전에는 비교적 잘 조절되다가 대홍수이후 급속하게 다시 확산되고 있는 질환들(re-emerging disease)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질병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염성 질환의 발생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북한의 전염병 실태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북한 당국이 대홍수 이후 믿을만한 자료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실상을 외부
북한 자료는 Central Bureau of Statistics, the Goverment of DPRKorea, 남한자료는 국립보건원 감염발생정보 2000.11
세계에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면도 있고 보건의료 시스템의 전반전인 붕괴로 말미암아 정확한 통계 자료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북한의 전염병 실태는 부분적인 자료들을 모아서 전반적인 모습을 추정해 볼 수밖에 없다. <표 5-1>은 남북의 전염병 실태를 부분적으로 비교한 것을 다른 자료에서 옮겨 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