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북한은 극심한 식량위기를 겪음과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보건의료 문제를 접하게 된다. 심각하게 대두된 문제의 하나가 감염병의 폭발적인 증가로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은 다양한 양상을 띠고 사회전반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첫 번째는 설사병과 호흡기 감염증의 증가이다. 이들 질환은 정상적인 면역 조건에서 적절한 치료만 이루어진다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극심한 영양결핍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에서 5세미만 어린이 사망률의 80% 가까이가 이들 질환에 의한 것으로 제대로 대응한다면 어린이 사망률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정상적인 예방접종이 이루어지면 예방이 가능하지만 예방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게 되는 감염병들이다. 소아마비, 홍역, 파상풍과 같은 질병이다. 예를 들면 소아마비는 이전에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있다가 1990년대 중반 예방접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북한에서 다시 발생하기 시작한 질병이다. 이후 소아마비를 통제하기 위해 1997년부터 민족면역의날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시행하여 지금은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셋째는 이전에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가 1990년대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감염병으로 결핵과 말라리아가 있다. 결핵의 경우 항결핵제를 적절히 사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지만 약이 없어 불치병이 되고 있으며, 말라리아도 속무무책으로 연간 수십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기까지 하였다. 

영양상태와 환경의 개선, 수액제와 항생제의 보급, 예방접종의 시행 등에 힘입어 이들 감염병들의 발생과 확산이 최악의 상태는 넘겼다고 하지만 현재 효과적으로 통제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감염병 확산의 차단과 관리는 북한 보건의료의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이다. 영양, 환경, 의약품, 병원 시설, 의료인력 등 다양한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의 조건에서 제한된 물자와 인력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올릴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등의 국제기구와 다양한 여러 민간 단체들이 북한의 감염병 관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역부족이다. 

북한 당국이 감염병 관리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관리시스템을 체계화, 전문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절실히 필요하다.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전국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북한의 경우 구역담당제의 골격이 그대로 남아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한다면 감염병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관리를 위한 남북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의 경우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남북의 공동 노력이 없으면 효과적인 통제가 어려워진다. 남북간의 왕래가 빈번해지고 접촉 기회가 증가함에 따라 감염병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남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감염병에 대한 남한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남한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있어 국내발생뿐만 아니라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전염병에 대한 대응 체계를 관리하고 있으나 북한 지역의 감염병 발생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