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거주하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과 북
한 사이에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지못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일제 점령기 강제 징용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
나고 1950년대후반 북한으로 송환된 이들이다.

사카구치 지카라(坂口力) 일본 후생노동상도 지난 주 “해외에 거
주하는 원폭피해 생존자와 관련해 문제가 하나 남아있는데 그게 다
름아닌 북한”이라고 토로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원폭 피해자가 930명 정도라고 추
산하고 있지만 이들을 후원하는 단체들은 실제로는 이의 배가 넘
는 1천953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생존해 있는 원폭 피해자는 ‘정치’의 피해자인 셈이다.

오랫동안 해외 거주 원폭 피해자 지원을 거부했던 일본 정부는 지
난 2002년 해외 거주 피해자도 지원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이후 주
로 한국에 거주하는 해외 원폭피해자에게도 일본에 건너와 등록을
할 경우 매월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본에 건너와 원
폭 피해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일본을 방
문, 피해자 등록을 하기란 매우 힘든 게 현실이다.

설사 북한 거주 원폭 피해자가 일본에서 피해자 등록을 하더라도
그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북한 당국에 의해 압수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힘들어 여러모로 일본정부 지원이 어렵게 돼 있다.

원폭 피해자 문제를 담당하는 후생노동성 관리 기쿠타 다카아키는
“현실적으로(북한과) 외교관계가 정상화할 때까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 중에는 우리가 북한의 금
융체계를 잘 모른다는 점과 지원된 돈이 안전하게 원폭 피해자에
게 도달할 것인지 여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에 거주하는 총련계 원폭 피해자 리실근(75)씨는 2년 전
북한을 방문,몇몇 피해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조속한 지원을 필
요로 하고 있었다면서 “외교관계 정상화 이전이라도 인도적 지원
을 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도쿄 A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