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7

(평양=연합뉴스) 채삼석 기자 = 남북이 합작해 평양에 어린이병
원을 세워 운영하게 된 데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라는 대북 지원단체
를 중심으로 한 각계 각층의 후원이 주효했지만 서울의대 홍창의
(82) 명예교수가 1등공신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홍 박사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의 이사로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
게 2년여전부터 이 사업을 전문적으로 주관하면서 본궤도에 올려 놓
은 뒤 현재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7일 "생전에 병원
준공식을 평양 현지에서 보게 돼 감개 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나라 소아 의학계의 대부로서 서울대병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홍 박사는 황해도 황주가 고향이며 평양 숭실중학교를 나왔다.

다음은 홍 박사와 가진 일문일답.

--평양 어린이병원 건립에 관여하게 된 계기는
▲대북 지원단체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이사로 참여하다 지난
2002년 2월 평양 어린이 영양증진센터 건립을 위해 북측의 어린이영
양관리연구소와 협약을 맺는데 참여했다. 이후 영양.의료 전문가 간
담회를 몇번 열고 의료장비 등을 평양에 지원한데 이어 영양증진센
터 명칭을 지난달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으로 변경했다. 서울
대 어린이병원과 남북어린이어깨동무는 별도의 업무 협조 협약을 체
결한 상태다.

--병원 준공 개원식에 직접 참여한 소감은.

▲최선을 다해 보람을 느낀다. 2002년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번
이 세번째 방북이다. 생전에 병원 준공식을 보게 돼 감개가 무량하
다. 북측의 환대에 감사한다. 남측의 순수한 지원 노력과 진실성을
인정해 북측도 진정으로 감사하는 것같다. 앞으로 이 병원에 북측에
서 유능한 의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남측에서 지원한 병원 설비
와 검사장비 등이 잘 활용되기를 바란다.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이 의료와 영양에 관한 시범센터로서 성과가 나면 원산 등 다른 지
역에도 제2의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을 세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장차 우리 민족의 통일시대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며 우
리 겨레의 희망이자 보배다.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다함께 건강하
고 총명하게 자라서 같은 키로 어깨동무하며 얼싸 안고 어울릴 날이
속히 와야 한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의사 등의 평양 파견 근무 계획이라도 있는
지.

▲검토할 필요는 있는데, 현단계에서는 글쎄...심장병 수술문제
협의와 자문을 위해 평양의 의사가 서울의대를 방문한 적은 있다.
서울에서 평양의대에 의료기구도 보냈고, 평양의대와 서울의대 사이
에 협약도 있다. 심장병 전문 치료와 연구를 위해 재일본조선인총련
합회(총련)가 평양에 지어준 `김만유병원'도 있다.

--어린이병원을 평양에 짓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재정문제가 다소 어려웠다. 후원의 밤 행사 등을 통해 몇몇 대
기업과 개인들의 정성이 모아져 해결됐다. (한화와 삼성, SK, LG 등
이 소리없이 지원했고 특히 병원을 설계하고 시공감리까지 맡아 일곱
차례 방북한 IGA 건축사사무소의 황영현 대표 등의 역할이 컸다고 한
다)
--앞으로의 과제와 사업추진 계획은
▲현재까지 후원과 성원을 보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최근 룡
천 폭발사건 이후 남측의 지원 열기를 보면 낙관한다. 의약품 등을
더 지원해줘야 하고 전반적인 북한 어린이들의 보건의료와 영양 문제
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라는 대북지원
단체의 자문위원으로 뒷전에 물러나고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최황 원
장과 최용 전원장 등이 전면에 나서 평양 어린이병원의 후속 지원을
총괄하고 향후 구체적인 추가 사업 등도 주관할 것이다.

--북한의 어린이 보건의료 수준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유치원 시설도 우수하고 평양 산원 등의 규모가 크나 설비는
다소 낙후된 것같다. 가난한 나라든 부자 나라든 아동들의 영양문제
에 대한 지원은 기본적인 것이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 최근 타계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도 "굶주린 아이는 정치
를 모른다"면서 재직 당시 이념과 정파를 떠나 에티오피아의 기아문
제 해결에 도움을 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