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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 나누는 공감
작성자 김이경 (2012.10.12) 조회 1633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 사무총장)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 사무총장은 지난 10여 년간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하면서 수없이 북한을 방문하며 겪었던 일화와 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들려드립니다. 


이 글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블로그(http://blog.krhana.org)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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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겨레하나 운동을 꿈꾸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사업은 남쪽 사람들의 정서에 맞게 북한 주민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여 널리 보여주는 것이었다.


각 분야별로 중심인물을 선택하여 그들의 생활을 그려보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


노동자, 농민 주부 청소년, 대학생, 종교인, 보건의료인, 예술가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삶을 24부작 정도의 다큐로 찍을 수 있을까?




북한에서 촬영이나 방송을 전제로 한 동영상 인터뷰가 무척 어렵다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나의 제안에 의외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의 림선생은 선선히 동의해주었다.


“우리는 남측 언론을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 올 때마다 우리가 온갖 좋은 것을 보여주고 촬영을 보장해주는데, 막상 실제로 보도된 것을 보면 좋은 것은 다 빼고 어찌나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하는지 기가 막힙니다. 그렇다고 남측 언론을 원천적으로 막으면, 또 우리가 언론을 탄압한다면서 대대적으로 떠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남쪽 언론이 평양에 들어오는 것을 별로 환영하지 않지만, 겨레하나야 통일운동단체인데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림선생은 24부작도 좋은데 북의 종교부터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때가 2004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을 만든다고 법석을 부릴 때라, 북한은 종교도 없는 인권의 불모지라는 주장을 반박할 영상 자료가 제작되어 널리 알려지면 자신들에게도 좋으니 기왕이면 그것부터 시작해보자고 하였다.


 


우리는 촬영을 위해 북한 종교에 관한 스터디 팀을 만들어 북한 종교 분석부터 시작하였다. 북과 종교 교류를 하는 남쪽 종교인들 중에서도 북의 종교는 홍보용이며, 실은 가짜라는 혐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성당에는 신부가 없고 스님들도 남한의 조계종과는 달리 결혼을 하니, 형식을 중시하는 종교인들에게 북의 종교가 어색해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또 북은 종교생활은 할 수 있으나 포교의 자유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런 북의 종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것이 단지 '쇼윈도우용'인가, 아니면 '진정성 있는 종교'인가? 북한 종교를 연구하시는 분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북한 카톨릭의 역사, 바티칸 교황청과의 관계, 남한 천주교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 토론도 하고,북한 종교의 진정성에 대한 접근방식을 모색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 꽤 괜찮은 시놉시스를 만들 수 있었다.


 


온갖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평양에 도착한 순간,마중 나온 림선생은 반가운 표정이긴 했지만 어딘지 근심이 있어 보였다. 무슨 일일까? 사정을 들어보니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북한의 종교인들이 촬영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헐! 도대체 왜?!!


 




 


내용인즉 북의 종교인들이 “북에 종교가 있으면 되었지, 그걸 왜 남쪽에 다큐멘터리로 찍어 보여주어야 하느냐?”고 완전 까칠하단다.


 


림선생은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그러니 앞으로 7박 8일간 비교적 무난한 일반적인 참관지부터 찍는 동안 본인이 종교인들을 계속 설득해보겠다고 하는데, 어려움이 만만치 않겠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종교인들이 인터뷰를 거부한다고? 북의 종교를 홍보하겠다는데 반색하지 못할지언정 거부한다고? 한 달 넘게 열심히 공부하고 방북경비를 마련해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종교는 안되니 아무 곳이나 찍으라고? 림선생이 그 정도의 설득력도 없었다는 건가? 림선생의 말도 믿기지 않았고 북의 종교계 인사들의 답답함은 무어라 말로 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것이 그냥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한데 이제와서? 나도 또 함께 간 박피디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림선생은 우리가 격렬히 항의하자 오히려 화를 냈다.


 


“찍기 싫으면 그냥 돌아가라! 종교인들이 설득되지 않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내 딴에는 미안하기도 해서 차선책으로 평양의 참관지를 취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는데 그런 사정을 몰라주고 화를 내니 어쩌겠느냐!” 그러면서 이어서 우리를 달래는 말은


“이미 알려진 곳들이라고는 하지만 겨레하나가 애초 다큐를 찍자고 했던 이유가 평양에 올수 없는 많은 분들을 위한 교육 자료라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유명한 참관지를 찍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 나에게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고, 나는 방으로 뛰쳐 올라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찍으라고? 오히려 자기들이 화를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당신들이 다큐를 알아? 흥!” 한참 늦게 방으로 올라온 박피디가 나를 설득하지 않았다면 나는 다음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박피디는 8일 동안이면 다큐를 몇 개는 만들 수 있겠다며 자기가 촬영 장소와 만나야 할 사람 등에 대해 기획안을 북에 제출하겠다고, 내일부터 촬영에 들어가자고 나를 달랬다. 이 정도면 유례없는 특혜인데 너무 한 번에 욕심 부리지 말자고 나를 다독거렸다. 화가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8일 동안 우리가 촬영한 내용은 대략 다섯 편의 다큐를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것이 <남북동질성 찾기 5부작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제작하여 보급된 겨레하나의 첫 북한 취재 영상이다. 남쪽의 보통 사람들이 진짜로 궁금해 하는 핵심 쟁점들이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일반적인 내용이었지만 다행히 박피디가 있어,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기획사의 영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성과를 남긴 것 같다.


 


체류기간 동안 림선생은 우리가 제출한 인터뷰 참관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인터뷰 내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충분히 노력해주었다. 물론 종교에 대한 특별 취재는 거부되었지만, 끝무렵에 부분적으로 장충성당과 봉수교회 등의 방문촬영과 인터뷰는 가능했다.




 


평양을 떠나기 전날 다른 안내원이 림선생이 이번 촬영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푸념을 늘어놓았다. 북한의 민화협은 종교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강압할 수는 없단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막상 촬영을 하고나니 딴소리를 하지 뭡니까? 겨레하나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니 방송사가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것 같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전적으로 협조해줄 걸 그랬다지 뭡니까?”


휴... 이런걸 병주고 약준다고 하나? 이제와서 어쩌라고.






 




그때가 2004년, 겨레하나가 창립되고 거의 첫 사업이었다. 그만큼 북에 대한 경험도 없었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감각도 없었다. 그저 통일을 위해서라면 북에게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민화협이 동의하고 결정해주면 안되는 일은 없는 줄 알았다. 민화협도 하나의 기구에 불과하며 북한에서 내적 동의를 얻는 일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몰랐다. 게다가 북한 사람들이 남쪽의 요청과 고민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더더욱 몰랐다. 분단 60년 동안 남쪽 사람들도 북한 내부의 질서와 고민을 잘 모르지만, 북쪽 사람들도 남쪽의 시민단체 및 시민들의 정서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라는 점도 생각하지 못했다.


 


북의 종교를 찍는 거라면 애초에 우리가 ‘북의 종교를 왜 찍고 싶은지, 어떤 내용으로 찍을 것인지, 또 이 일이 종교인들의 통일에서의 역할을 높이는데 어떻게 기여하게 되는지’를 북의 종교인들과 직접 사전에 논의했어야 했다. 나도 림선생도 의욕만 앞서 막상 그들의 감정과 생각이 어떨까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았던 실책이 있었다. 만일 남쪽에 북의 카메라가 와서 남쪽의 계층 간 갈등에 대하여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면 우리 시민들 역시도 대부분 거부감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아직은 남북 주민들 간의 직접 소통이 이해하기 힘든 여러 가지 쟁점들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그때는 미처 몰랐다. 한참 후에야 북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다큐 제작이 현 단계에서 해소하기 힘든 여러 쟁점을 포함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북 간에 쟁점 없이 가장 무난하고 쉽게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내용을 모색하다가 음식에 관한 다큐를 제작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것이 3년 동안 진행된 <조선료리 100선>의 제작이었다.




이번에는 북이 정말 열심히 취재에 협조해주었다. 시골 들판에서 콩서리를 하는 아이들, 학교를 땡땡이치고 잡아온 물고기로 찌개를 끓여 한 끼 단란한 밥상에 둘러앉은 시골집의 풍경, 사시사철 백두산 자락의 아름다운 풍경들 등 온갖 아름다운 영상이 촬영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오히려 남쪽의 편집 제작과정에서 엄청난 난관에 봉착하였고, 지금도 HD 카메라로 찍은 조선의 각 고장의 풍속과 요리에 관한 어마어마한 양의 필름이 그냥 방치된 상태로 쌓여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영상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은, 영상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 기술력, 비용 모두 만만치 않았고, 특히 텔레비전에 방영될 수 있는 영상물을 만드는 것은 고도로 복잡한 정치적 관계의 함수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나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는 코드를 배워가지만, 역설적으로 내가 잘 몰랐던 남한사회의 여러 가지 측면을 접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방송권력에 대한 것이었고, 순진한 시청자이기만 했던 나는 그 후로 방송 시스템에 대해서 더 이상 알고 싶어지지 않게 되었다. 남북협력사업자로서 버리지 못할 꿈. 그것은 남북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쉽게 볼 수 있는 남과 북의 영상협력이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싶긴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인 것도 같아 이 꿈은 당분간은 계속 꿈으로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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