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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북보건의료인이 힘을 합쳐야
작성자 서홍관 (2003.01.24) 조회 2540
해방이후 57년만에 역사적으로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남북민간단체 교류 모임인 이번 8.15민족통일대회가 이번 8월 14, 15, 16 3일에 걸쳐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작년 평양에서 개최된 2001년 8.15민족통일대축전 기간에 다음해에는 서울에서 열자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 합의에 따라 서울대회가 준비된 것이라고 합니다.

남측에서는 4백명의 대표를 선발하기로 하였는데 보건의료계에서는 청한에서 유기덕, 건치에서 김문영, 인의협에서 서홍관, 건약에서 이현정, 병노련에서 양건모, 노건에서 주영수 이렇게 6명이 선발되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참가비 25만원)

참가자들을 남북교류를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면 유기덕선생님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이사를 맡으면서 지난 99년 9월 이미 평양을 한차례 방문하신 적이 있었고, 김문영선생님과 이현정선생님은 2002년 6월 13-15 기간 동안 금강산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석하신 적이 있으신 분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평양제1인민병원 원장이 참석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합니다.

8월 14일 오후에 혜화동에 있는 보건의료단체 사무실에서 모인 대표들은 이번에 북한과의 보건의료 협력을 위한 제안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번에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 중에 보건의료 해당자가 없어서 부문별 토론 대상이 없어서 제안서의 전달에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일단은 북의 민화협 측에 전달하되, 다음부터는 보건 부문 인사를 꼭 참석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8월 14일 오후 3시반까지 워커힐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4시반에 가야금홀에 들어갔는데 원래 5시부터 북한대표들과 남한에서 준비한 환영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북한측의 문제 제기로 북한측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방송이 계속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은 남한측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행사를 크게 하기로 합의했었고, 남측참관단 수천명과 4백명의 대표가 펜싱경기장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남한의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우익단체들이 시위를 크게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자칫 화해 통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한 정부에서 행사를 워커힐 호텔에서 참관단 없이 하도록 소규모로 조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북경을 경유하여 팩스로 문서로 주고 받던 북측 준비단에서는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오게 되었고, 행사 변경 과정을 따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에서는 남한측 대표가 왔을 때 북한 동포들이 렬렬히 환영했는데 남측에서는 너무 썰렁하지 않느냐는 섭섭함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너무 흐르자 7시반까지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주최측에서 6시경 북한측 없이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공연보겠다고 찾아 온 것도 아닌데...... 하는 마음에서 불편한 심정으로 안숙선명창의 창과 대금산조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6시 40분경 드디어 북한 대표단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들 116명 중 주석단(핵심 대표들 10명정도), 각 부문 대표들(55명), 공연팀(40명정도), 취재팀(10명정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이 들어올 때 박수로 환영하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 좌석 가까이 앉게 된 북한 대표와 돌아가며 악수를 나누면서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기가 이렇게 어려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무궁화볼룸에서 만찬이 있었습니다. 55개의 원형탁자가 있었는데 임수경과 아마도 당시 전대협 간부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보건의료팀은 역시 북한측 대화상대가 없는 환경연합 최열 사무총장 외 1명과 함께 47번 테이블(꽤 뒤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각 테이블마다 좌석 2-3개씩 비워놓고, 북한측 인사가 앉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앞 쪽의 테이블에 모두 앉는 바람에 우리는 보건의료 분야와 환경 분야의 남남(南南) 대화를 해야 할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취재를 위해 뒤쪽으로 온 북측 기자단을 발견하고 우리 좌석에 안내하여 드디어 백세주를 나눠마시며 화기애애한 남북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분들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텔레비젼) 촬영기자들인 리흥진(55세), 리근영씨와 북한 민화협 홍보과장인 김상호씨였습니다. 이들은 특수한 위치여서 그랬겠지만 남한의 [여인천하]니, [용의 눈물] 등 방송을 다 보고 있어서 텔레비젼을 거의 보지 않는 나보다 남한 탤런트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군대 문제 이야기하다가 이회창씨 아들 이야기가 나오니까 ‘거 키가 179cm인데 45kg은 조금 심한거 아니야요?’ 하여서 우리도 놀랐습니다. 서로 자녀들 이야기도 하고, 북한의 이혼율이 몇 퍼센트인지, 부모들을 모시고 사는지, 자녀들이 애인이 있는지 등까지 이야기하면서 화기애애하였습니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쉽게 가까워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인 만찬행사가 이어졌는데, 강원룡목사가 인사말에서 서독이 빌리브란트 수상 시절에 동독을 포용한다는 이른바 ‘동방정책’을 편 지 22년 만에 통일이 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 서로의 갈등이 되는 사건이 무려 5만 7천건이 있었지만 그런 갈등을 넘어서 일관된 통일 정책을 펴서 통일에 성공했다고 말하면서 최근 (아마도 서해교전을 의미하는 듯)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지만 이런 작은 일들을 넘어서서, 일관된 화해의 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김영대단장이 등장하여, 북남 정상간의 6.15 공동선언에 이어, 이번 같은 기간 동안에 제7차 상급회담(장관급회담을 말함)에서 10여개 항의 공동보도문이 채택된 것은 우리가 자주민족통일의 길로 전진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어 한 북측의 시인이 등장하여 [단숨에 가자]라는 시를 읊었습니다. 그는 고은 시인을 연상케 하는 선동적인 목소리로 한시간 밖에 안되는 거리를 왜 우리가 못 왔던가, 직장 출퇴근 시간밖에 안되고, 학생이 수업 한시간 하는 동안밖에 안되는 그 짧은 거리를 왜 우리는 못왔던가 하고 부르짖듯 시를 읊었습니다.
공식행사가 끝나고도 대화와 술자리가 이어져서 행사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나게 되었습니다.

8월 15일 행사는 아침 9시에 모여, 9시반부터 야외(제이드 Jade 가든)에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북측대표들의 준비가 늦어져서, 10시반 조금 넘어서야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남북 주석단에 이어, 북측의 대표단과 북측 공연팀이 입장하였고, 남북단일기가 남측 여성 3명과 북측 여성 3명에 의해 입장하였습니다. 대형 남북단일기가 입장할 때 또 다시 가슴이 뭉클하면서 통일이 되면 저 기를 국기로 삼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로서는 텔레비젼으로는 가끔 보았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사회도 남과 북에서 번갈아가면서 보았고, 남과 북의 대표들이 번갈아가며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일관된 목소리는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아 화해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는 것과 자주적인 입장에서 우리끼리 통일의 길로 매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행사장을 옮겨서 11시반 경부터 다시 가야금홀에서 북측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양산도, 달빛아래서, 쌍채북춤, 사냥꾼, 물동이춤, 손북춤, 장고춤, 등의 무용이 이어졌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마치 조선시대 여성들을 보는 듯 가냘프면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마침 오늘이 8.15이면서 칠월칠석이어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남과 북이 만나야 한다는 북측 진행자의 말이 있었습니다. 각 공연이 다 끝난 뒤 북측 공연팀이 모두 나와서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합창했습니다. (남한측 대표들도 북측 기다리면서 연습했음) 북남, 남녀 노소, 소속단체 할 것 없이 모두 기립한 가운데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합창하였습니다. 이들의 합창이 끝난 뒤 “조국” “통일”을 연호하며 장내는 온통 통일의 열기로 뜨거워졌습니다. 연호를 하던 나도 어느덧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이어 남한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의 경복궁타령과 희망의 나라로, 안숙선명창의 춘향가, 이정열의 백두산, 어린이들의 경의선타고, 안치환의 철망앞에서 등이 이어졌습니다. 이 때 배경 화면으로 6.15 정상회담 당시의 화면이 나오고,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들이 나왔습니다. 너무 늙어버린 아버지를 만난 아들,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왜 우리 민족은 이렇게 분단의 아픔을 간직해야 했나..... 왜 강대국들은 우리에게 한번 묻지도 않고, 우리 나라를 갈라 놓았나? 이들은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길래 남과 북으로 갈라져 평생을 한과 슬픔을 품고 살아야만 했던가! 지금이야 말로 이제는 외세의 간섭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힘으로 통일의 길을 열어나가야만 저런 슬픔과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이나 미국이, 또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설마 우리 민족을 위해서 통일의 길을 터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언제 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습니다, 이제 자주적인 민족통일을 위해 작은 장애물을 넘어서 화합과 대동단결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정부대로 노력해야 하고, 각 분야는 각 분야별로 접촉을 하면서 상호간의 의견차이를 좁혀나가고 신뢰를 쌓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남북의 보건의료인들이 서로 만나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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