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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15 민족통일대축전이 열린 금강산에 다녀와서..
작성자 편집실 (2003.01.24) 조회 2613

이 현정선생님은 부산보건의료연대 공동대표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산경남지부장을 맡고 계십니다.

 6월 13일 아침 8시 30분, 대표단을 태운 버스가 서울에서 속초로 출발하였다.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점심도시락을 먹고 수속을 밟아 설봉호에 올랐다. 배편으로 4시간 남짓, 장전항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아..여기가 그리운 금강산, 북녘 땅인가 하는 감회가 밀려왔다.
 
 올 해는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 합의한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2돌 되는 해이다. 지난 4월 남북의 민간단체들은 이 날을 맞아 남과 북, 해외의 동포들이 모여 금강산에서 통일민족대축전을 갖자는데 합의하였으며 각계각층 부문별 모임을 열기로 하였다. 내가 참가하게 된 것도 처음으로 보건의료부문의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보건의료부문으로는 나를 비롯하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연합 기획국장 송미옥 약사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공동대표 김무영 선생님이 함께 하였다.

 13일은 이렇게 하루종일 서울에서 속초 가는 버스편과 속초에서 금강산 가는 배편에 시달렸다. 장전항에서 내려 숙소로 가는 길에서 드문드문 이북동포들이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과 집들을 보았다. 그래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14일 아침, 현대직원들이 쓰는 숙소를 단체 관광객을 위해 개조한 금강마을(금강빌리지-북측에서는 빌리지라는 말을 쓰지말고 마을이라는 우리말을 쓰라고 했다는군요)에서 아침을 먹고는 온정각 앞의 행사장, 김정숙휴게소에 도착하여 남과 북, 해외의 참가자들이 동시에 입장을 하였다. 모두들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면서. 사는 곳은 달라도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말을 하는 우리는 한민족이었다.
 남. 북. 해외 대표단 600여명과 북측 고성 주민 500명 등 모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15 남북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하는 `6.15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단일기 게양과 남. 북. 해외 대표들의 개막 축하 연설이 있었다. 개막식에서 부문별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자리 배치를 하기로 했는데 미리 되지 않아 우왕좌왕하기는 하였으나, 개막식을 마친 후 겨우 북측 보건의료부문 대표로 나오신  평양제일인민병원 문영근 원장님(65세)을 만나뵐 수 있었다. 반갑고 또 반가웠다. 원장님은 아주 인자하신 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김정숙 휴게소에서 개최된 남. 북. 해외 통일 사진전을 관람하고 북측 분들과 함께 솔밭으로 가서 인사하고 점심을 했다. 환경운동 단체 분들과 체육 단체 분들이 함께 자리를 같이 했는데 체육부문에서 젊은 시절 스케이트 금메달리스트이신 한필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영광이었다.
 점심은 북측에서 준비를 했는데 특이한 것은 토마토 맛이 나는 노란 피망같은 과일이었다. 점심을 먹는데 문영근 선생님께서 김무영 선생님께 룡성맥주를 권하시면서 ”쭉 들라” 하셨다. 남아의 도량은 술과 비례한다면서..
 서로 인사를 하고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배워 부르기도 하는데 한켠에서는 그네뛰기가 한창이다. 단오명절통일축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마침 이 날이 우리 민족 고유의 단오절이라, 문화행사는 단오명절을 기리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단오명절통일축전은 흥겹고 재미났던 정말 예전 우리네 운동회와 똑같이 응원단장의 응원과 함께 연대와 연합으로 나뉜 운동경기로 펼쳐졌다. 
 종목은 사람찾아 글자 맞추기, 조국통일 공안고 달리기, 마음합쳐 달리기, 발로 튀긴 공잡고 달리기, 6.15㎞ 통일마라톤, 씨름대회, 줄다리기, 널뛰기, 그네뛰기 등 모두 9개 종목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속한 팀은 연합팀이었는데 연합팀이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이겼다.
 나는 마음합쳐 달리기 종목에 출전했는데 마음합쳐 달리기는 남. 북. 해외로 구성된 팀 3명이 달려가서 줄넘기 3번을 하고 돌아와 뒷팀에 넘겨주는 경기였다. 연합팀에는 중국 교포 어머니들이 많으셨는데.. 아무래도 나이드신 어머님들 엉덩이가 무거워 몇번이나 반복하고 나서 겨우 성공...이 종목에서는 연합팀이 연대팀에 졌다.  
 그리고 밧줄당기기에 참가를 했는데 북녘 분들, 정말 승벽내기가 여간이 아니었다. ’뒤에서 밧줄을 미리 들고 있어야 되니’, ’몸을 뒤로 확 젖혀야 되니’...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런데 그만 밧줄이 끊어져 두 팀이 다 넘어져버렸다. 
 함께 가신 김무영 선생님은 6.15 통일마라톤에 참여하셔서 완주하셨고... 
 씨름에서는 실제 상으로 황소 두 마리가 나와서 흥을 돋구웠다.
 `2002민족통일대축전 북측준비위` 김영대 위원장은 개막식 축하 연설에서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가 끝없는 환희와 격정에 휩싸여 통일의 새날을 그리며 온 밤을 지새던 때로부터 벌써 2년이 지났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경기를 마친 후 숙소에 와서 잠시 씻고 북측에서 마련해준 만찬에 참여하기 위해 금강산여관(호텔급)에 갔다. 내 옆에는 재일 교포 선생님이 계셨는데 학생들을 이끌고 5월말부터 아리랑 공연 참가를 비롯하여 우리말, 우리 문화를 배워주기 위해 동분서주, 마지막 코스로 축전에 참가하셨다고 한다. 나이는 36세였다. 
 만찬을 하다가 월드컵 경기 시간이 되었다는 현대 직원들의 재촉으로 아쉬움을 뒤로한 채 교예단 공연장으로 이동,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였다.


다음날은 일찍부터 일어나 식사를 하고 고대하던 부문별 상봉모임을 가졌다. 다만 그 전날까지 알아본 결과 문영근 원장님께서 우리가 지난 2월에 북측 민화협에 전달한 보건의료부문의 교류 및 협력방안을 몇가지 정리한 제안서를 받지 못하셨기에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아침 8시30분경 금강산여관에 도착하여 부문별 상봉모임을 하게되었는데 시민쪽으로 분류, 환경부문과 체육부문쪽과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먼저 북측 환경부문 소장의 기조 발제가 있었는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엄혹하고 첨예한 상황에서 6.15 공동선언의 지지, 관철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하여 남·북·해외 전 민족이 연대연합해서 통일된 조국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후 각 단체별로 한마디씩, 한양대 체육학과 교수님과 환경연합, 녹색연합, 그리고 송미옥 약사와 저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 
우리쪽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인 교류와 만남의 의사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영근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의학의 목적, 보건인의 삶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건인의 삶의 목표는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6.15공동선언의 기치 하에) 보건의료인간의 실무접촉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모임을 하지 못하고 선생님이 조선의학협회 회원인 만큼 논의, 검토하시겠다고 하셨다.

바로 폐막식 장소인 김정숙휴게소로 자리를 옮겼고, 합동 공연을 관람하였다. 개막식 때 게양된 단일기가 내려지고, <7천만겨레에 고함>이라는 선언문 낭송과 폐막연설이 이어졌다.
합동공연에서는 북측의 아리랑, 장고춤, 옥류금 연주 등과 해외 동포들의 눈물 젖은 두만강, 사물놀이, 그리고 남측의 노래패 우리나라 공연과 이애주 선생님의 통일굿 등이 펼쳐졌다.
공연 후 합동 오찬은 남측이 준비한 온정각에서 열렸는데 온정각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겨우 400석 정도라 나머지 자리는 야외에 준비되었다. 그때까지 비가 올 듯 말듯한 상황이었는데 결국 장대비가 마구 쏟아져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그대로 비를 피할 자리를 마련한 후 앞사람들의 식사가 끝난 후 식사를 하였다. 그러다보니 또 뿔뿔이 흩어졌다. 
역시 산행에서도 조금씩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찾느라 분주하였다. 나 역시 문영근 선생님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산행... 
구룡폭포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거의 다달아 다시 하행하라는 이야기에 망연해 있는데.. 극적으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하행길에는 또다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하행길에 문영근 선생님으로부터 북쪽 의료시책과 기관, 그리고 의사국가고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제일인민병원은 840병상에 700명이 근무하는 병원이다.
일제시대 땐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같은 전염병환자를 격리하는 수용시설인 보생원이란 이름의 병원이었다. 말 그대로 살면 살고, 죽으면 죽으라는..
8.15 해방 이후 10월 20일 보생원을 평양제일인민병원으로 개칭하였단다.
북의 의료는 무상치료제이며 예방의료가 중심이다.
의사가 돌봐야 할 구역이 정해져 있고 전적으로 그 의사가 책임지는 담당구역제가 시행되고 있다. 시와 군에는 인민병원이 있고 리에는 진료소가 설치되어있다. 리 진료소의 의사는 오전진료 후 오후에는 구역을 돌아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북의 <의료사고>다.
문영근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충수염(맹장염)환자가 10시간 안에 군인민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면 <의료사고>라고 한다. 그것은 환자의 책임이 아닌 건강을 돌보는 담당구역 의사의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의료사고>가 나면 법적으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는 그 의사가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했다하여 교양을 받는단다. 
예방의료에 대해서는 역시 문영근 선생님이 복부외과 전공의라서 그런지 충수염을 예로 드셨다. 
”그 충수염의 초기증상은 뭐다. 어떻게 발전된다 등에 대한 교육이 철저히 된다 말이지. 처음 속이 메스껍다. 토한다. 그리고 명치가 아프다. 이 후 해면부가 아프다. 이렇게 교육이 되면 환자가 속이 메스꺼울 때 충수염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단 말야. 감기계절이 오면 대대적으로 감기에 대해 위생교육을 하지. 민간에서 쓰는 약까지 어떻게 먹으라고 일러줘.”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을 나와서 3년 정도의 실습기간을 거친 후 국시를 친다. 국시는 기초과목, 민족과목, 실기, 외국어, 이렇게 4과목을 구두와 필기시험을 급수를 나눠서 치는데 5급까지는 외국어 1개, 4급은 외국어 2개, 3급 이상은 외국어 3개를 해야된다. 
국시는 3년에 1번 있고 시험은 올려치기와 제자리치기를 할 수 있지만 내려치기는 안된단다. 이에 비하면 우리 의사들은 정말 편하지 않은가. 3년에 1번씩 시험을 쳐야된다니...
그리고 일년에 두번, 기관별 학술대회를 가지는데 그때 소작, 창의고안, 재해, 긴급상황 고안 등이 발표된다고 한다. 평양제일인민병원에만 작년 한해 320편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몇 가지 또 재미있는 말을 들었는데 60년대 일어났던 정성운동은 운동이란 말은 맞지 않다고 하여 이제는 아예 보건의료인은 정성운동을 벌여야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체질화>를 해야한다고 한다. 
몇 해전부터 1년에 1번 <정성경험토론회>가 열리고 있는데 화상환자에게 의료인이 직접 수혈과 함께 피부이식을 해 준 이야기,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산삼을 캐러 가고, 백가지 약초를 채취한 이야기, 남편의 사망소식을 들은 여의사가 남편에게 가지 않고 그때 발생한 자기 담당구역의 뇌출혈 환자를 15일간 극진히 돌봐 소생시켜놓고 남편 묘지 앞에 갔다는 이야기, 결핵병원의 35년 동안 근무한 여의사는 자기 환자가 각혈로 인해 기도가 막혔을 때 자기 입으로 빨아냈다는 이야기, 20년간 사고로 걷지 못하는 재일교포를 한 여의사의 극진한 정성으로 걷게 했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한다.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속에서도 자력으로 그렇게 해낸단 말이야... ”
가뭄과 수해로 인하여 전 사회적으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북한의 실정을 감안할 때 선생님의 말씀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전날 우리가 물었을 때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하셨지만 평양제일인민병원에도 의료기자재가 여러가지 부족하다고 하셨다. 
이번 축전에 같은 방에 있었던 전국여성농민회 회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통일쌀 보내기운동을 할 때 남쪽쌀이 비싸니까, 중국쌀을 사서 보내면 더 많이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는 이야기에 북측에서는 단호히 남의 나라 쌀은 받고 싶지 않다. 우리민족끼리하는 통일을 위해 보내는 남쪽의 쌀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고 했다.” 
힘들지언정 절대로 굽히지 않는 민족의 자존심과 사회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이를 튼튼히 지켜나가려는 의지, 선생님께서는 우리 민족이 힘을 합치면 정말로 못해낼 일이 없다. 정말로 우리는 우수한 민족이다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아침에 이야기하셨듯 보건인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를 담보하는 사람으로 모든 사람들을 무병장수케 하여 사회의 일꾼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하셨다. 
사회의 일꾼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보건의료인이 단순히 사람들의 육체적인 병만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비가 계속해서 너무 내리는 가운데..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가 있다하여 급히 차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을 끝으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내려오는 길에 너무나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하자는 6.15공동선언의 기치 아래 보건인들의 단합과 교류가 앞으로 이어지길, 아니 꼭 이어가리라는, 다음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서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 속에서 선생님께서 건강하시길 소원했다. 그리고 더욱 더 가슴깊이 새겨지는 우리 민족, 우리 동포들의 모습. 6.15공동선언 이후 이렇게 남북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앞으로 통일된 미래가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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