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이하 지원본부) 김수경 차창으로 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두 달에 한 번씩 발행되는 지원본부 소식지에 실을 글을 써 달라는 내용이다.

지원본부와 인연이 되어 내가 대북 지원사업을 시작한 지가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간다. 조금은 설레고, 두려운 마음을 추스리면서 평양에 다녀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처음으로 평양의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그곳의 실정은  충격 그 차제라고 표현할 수 밖에 달리표현할 길이 없었다.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열악한 여러 조건들…

의사 선생님들에게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진료용 청진기, 혈압계 등 기초적인 진료 기구 조차 없는 실정, 일회용 주사기는 한 번이 아닌 재생하여 사용하고 의약품 및 수액은 공급이 절대 부족하여 병원마다 자체로 생산하여 사용하는 상황, 30년에서 50년을 사용한 몇 대 안된 의료장비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열악한 조건이 조금은 아니 많이 개선 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지원본부의 많은 회원님들의 정성스런 후원금에 힘입어 각종 의약품, 첨단의료장비, 각종 의료소모품, 신생아용품, 산모용품, 원료의약품, 왕진가방, 방역장비 등등 많은 대북지원 물자들이 인천항을 통해 북측 남포항을 거쳐 평양에 위치한 병원에 지원이 되었다.

인천항에서 배를 통해 각종 지원물자를 보내고 우리는 비행기로 중국 심양을 통해 평양에 도착하여 우리가 지원한 물자가 정확히 도착하였는지 확인을 한 뒤, 필요한 진료실에 설치하고 북측의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을 한다. 그리고 다음 지원물자 및 문제점에 대하여 논의한다. 일 년이면 수 차례 이런 과정을 통해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측에 지원물자를 보내기 위하여 품목을 결정하고 포장할 때는 남측 병원에 물건을 납품할 때 보다 몇 배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그만 의약품 하나, 소모품 하나라도 몇 번씩 확인을 거쳐서 안전하게 포장을 한다.

지원본부의 많은 회원들이 내는 너무나 고귀한 후원금. 일 만 원부터 수천 만 원까지 금액의 많고 적음이 결코 중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달마다 내는 그 정성이 하나 둘 모여 언제가 다가올 통일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광주에서 6․15 통일축제가 열렸다.

반가운 마음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리는 전야제 행사에 가족과 함께 참석하였다. 북측 대표단을 실은 고려항공이 광주공항에 내리고, 전국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단체들로 부터 보내온 현수막과 플래카드가 거리를 장식했다.

북측 국적의 비행기인 고려항공이 지방의 공항에 내리다니,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남과 북의 연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통일을 노래하고, 광주의 어느 중학교에서는 남북공동 수업을 진행하는 등 이런 모든 일들이 정부뿐 아니라 우리 같은 많은 민간 단체들이 평양을 또는 개성을 오가면서 뿌려 놓은 결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통일의 그날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분명 한 걸음씩 우리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것 같다. 밤이 조금은 깊은 이 시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잠에 빠져있다. 훗날에 아들이 어른이 되어 지금의 아버지가 느끼고 고민하는 분단의 장벽을 걷어버리고 남과 북의 모든 아들딸들이 하나되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하여 나에게 주어진 일을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