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이전 한약에 대한 의존도가 30%였던 것에서 대홍수 이후에는 70% 정도로 증가하였다. 그나마 30% 정도의 양약도 대부분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2002년의 보고에서도 여전히 항생제와 같은 필수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필수 의약품의 상황이 이럴진대 다양한 질병에 처방할 수 있는 다른 의약품 사정은 더욱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국제적십자연맹 등의 국제기구와 외국의 구호 단체, 유진벨 재단, 한민족복지 재단,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등의 국내 민간단체 등은 필수의약품(essential drugs) 지원을 위해 계속 노력해 오고 있다.  

  2001년도에 경구용수분보충제제를 포함하여 흔한 질병에 필요한 6가지 필수 의약품에 대한 생산이 안정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충분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평남 순천제약공장에서 아스피린 생산 공정을 보수 정비한데 이어 ‘카나미찐’ 생산 공정에 새로운 정제 공정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마이신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전하고 있다. 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2001년 9월에 지원된 원료를 이용하여 항생제의 일종인 코트리목사졸(Cotrimoxazole 120, 480mg), 클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 250mg), 구충제의 일종인 메벤다졸(Mebendazole, 100mg), 그리고 해열진통제의 일종인 파라세타몰(Paracetamol 50, 250mg)을 자체 생산하기도 하였다. 이들 의약품들은 감염성 질환의 치료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약품들로 이들 의약품의 생산을 국제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제약 생산을 위한 국내 기반이 취약함을 의미한다. 그나마 북한 국내에서 필요한 분량의 의약품을 충분히 생산한다고도 볼 수 없다. 의약품 공급에서 외부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북한 당국은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기구 및 단체들에 도 단위로 지역을 맡겨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을 요청하게 된다.

  어린이에게 흔한 것이 호흡기감염증과 설사병이다. 영양이 부족한 어린이에게는 이러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런 감염증에 걸리더라도 충분한 영양, 적절한 치료를 통해 대부분 회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항생제이다. 그만큼 항생제 지원은 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중증 감염증 환자는 주사제 항생제를 투여해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으나 수액제와 마찬가지로 다른 주사제의 사정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주사제는 경우에 따라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도 앞으로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영양과 관련한 의약품 지원도 필수적이다. 비타민제, 철분제 등의 의약품은 어린이들에 대한 식량 공급이 충분하다면 중요성이 떨어질 수 있는 품목이지만 식량공급이 충분하지 현실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의약품 지원에서의 단기적인 목표는 당장 부족한 필수 의약품을 지원하여 의약품 부족으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를 방지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제약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의약품 생산기반을 넓히고 동시에 의약품원료를 공급함으로써 지원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제약 산업 재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해 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민간 구호단체인 DEA 등이 북한의 제약 산업에 대해 일부 지원을 하기도 하였으나 국제 의료구호단체들의 경우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사업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의 투자를 수반하는 제약 공장의 건설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북한 당국과의 관계 악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남측의 민간단체들에도 제약공장 건설에 대한 지원 요청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시설에 대한 지원은 보건의료 분야의 장기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 그리고 당장은 설비 지원 비용이 들지만 일단 설비가 가동되고 나면 원료 지원으로 완제품 지원시 보다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는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적극 고려하여야할 사안으로 판단된다. 실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서는 2001년도 정제 의약품 생산설비를 지원하고 해열진통제의 일종인 아세타미노펜과 어린이용 비타민 제제 등의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원료를 계속 북측에 공급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어린이용 시럽제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들을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도 2002년도부터 북한에 대한 제약설비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대북지원사업과는 별도로 남측의 제약회사와 북측 파트너간에 경협 방식의 의약품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다. 남측 제약회사인 녹십자가 북측의 광명성총회사와 공동으로 평양에 정성제약을 설립하여 유로키나제라는 혈전용해제를 생산하고 있다. 

  제약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설비뿐만 아니라 의약품 원료의 지원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생산된 의약품의 질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목표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기준을 만족 시킬 수 있도록 기술지원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도 진전이 이루어졌다. 2001년도에 유엔아동기금의 도움으로 4명의 제약전문가의 태국 GMP 관련 연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며, 평양제약공장과 보건성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여하여 3가지 약제에 대한 GMP 수준의 생산 능력 개발을 위한 워크샵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정제 의약품의 경우는 비교적 쉽게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이나 수액제나 주사제 등은 제조 공정의 어려움, 철저한 소독 등의 기술적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기술지원도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의약품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제기구들 사이에 약의 합리적인 사용과 설사 및 호흡기감염증의 치료 원칙 등에 관한 원칙을 공유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98년도에는 국제적십자연맹, 세계보건기구, 국경없는의사회 등이 공동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1999년에는 유엔아동기금과 다른 단체들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가 준비 책임을 맡아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친 후 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맡게 약물리스트, 약물의 사용원칙, 설사 및 호흡기감염질환의 치료원칙 등을 확정하였고 보건 당국은 나중에 이를 승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침은 책자로 제작되어 배포되었고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