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탈북자 대담

전 함경북도 농포탄광병원 약제사 이경희 (2002년 06월 01일)


"BCG 접종 못해 결핵성뇌막염 많이 발생"

농포탄광병원 약국의 실태는.
보통 새별군의 새별탄광병원 등은 1급 탄광병원으로 도단위 약품공
급소에서 약을 공급받기 때문에 약의 질도 좋고, 양도 많은 편이
다. 그러나 농포탄광병원은 3급 탄광병원으로 급수가 떨어졌기 때
문에 제대로 약품을 공급받지 못했다. 주로 농촌단위들이 많이 와
서 치료받았으며, 리단위 병원 수준이었다. 따라서 큰 병을 가진
환자가 발생하면 군단위 병원으로 호송되었다.

농포탄관병원의 구성과 주민들에 대한 진료현황은.
농포탄광병원의 약사는 2명, 조제사 2명, 의사 6명, 준의 2명(의사
와 준의사 사이), 준의사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이 ‘의사
담당구역제’에 의해 담당한 세대는 총 1천2백세대로 약 5천여명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졌다. 의사와 약사 중 남자는 각각 3명, 1명
으로 총 4명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여자였다. 대체로 보건분야
의 남자 대 여자 비율은 3:7 정도 되었다.

약사들의 하루 일과와 진료환자 수는.
아침 8시에 출근하면 진료환자들에 대한 약을 조제하거나 공급한
다. 1시부터 점심식사 시간인데, 나는 집이 가까워서 집에서 점심
을 먹었다. 오후 2시부터 오후진료가 시작되는데 모두 진료에 참여
하지 않았으며 2∼3명의 의사와 약사만 남았다. 나머지는 야채밭
에 나가서 일을 해야했다. 진료하는 환자는 하루에 많으면 40∼50
명 정도이고, 겨울같은 경우 적으면 10여명 정도 된다.

약품 공급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병원약국의 경우는 약국장 1명과 약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단
위 약국은 약국장과 조제실장, 제재실장, 약사 등 10여명으로 구성
되어 있다. 약품 공급은 중앙에서 도단위 약품공급소로 공급되고,
이는 다시 군단위 약품공급소로 공급되며 여기서 병원약국이나 해
당 진료소로 공급된다. 약국은 도, 군 단위 병원마다 있으며, 일반
주민들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처방을 받아 병원 약국에서 ‘무
상치료제도’에 의해 약을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또한 80년대까지
만 해도 판매용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약을 살수도 있었다.

판매용 약국에서는 팔 수 있는 약품과 가격은.
판매용 약국은 리단위마다 하나씩 있었으며, 약은 군단위 약품공급
소에서 공급받았다. 이곳에서 파는 약은 보통 소화제, 내복용항생
제, 강신제, 해열제, 보약 등이다. 일반주민들은 판매용 약국에서
국정가격에 의해 약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판매용 약국에서는 국
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의사에게 처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약만
을 판매할 수 있었다. 가격은 테라마찐(장내항생제)이 12알 포장으
로 보통 1원50전 정도였으며 최근에는 장마당에서 15원내지 20원
에 판매된다. 이러한 판매용 약국은 전문학교나 약학대학교육을 받
은 약무일꾼인 조제사가 운영할 수 있었다. 90년대 이후에는 약공
급이 부족해서 거의 운영되지 않고 있다.

경제난이후 약보급 실태와 문제점은.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포도당이나 링거액을 제재하는데 수도시설
이 나쁘고 증류수 기계가 제역할을 못하거나 멸균기가 제대로 작동
하지 못하는 등 ‘원료착오’와 ‘기계모순’이 많이 나타났다. 이
렇게 만들어진 정맥주사용 약들은 적어도 토끼 3마리에다 실험주사
를 놓고 최소 4시간 부작용을 측정해야 하는데 그나마 약이 부족해
지면서 이러한 체계가 무너지고,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약을 주
사하다보니 발열이나 오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야근을 할 경우 예전에는 열나는 환자가 오면 해열제(아날긴, 아스
피린, 피라미돈)를 먹여 열을 내렸으나 최근에는 찬물로 열을 내리
고 경과를 기다리는 정도가 전부다. 또한 의약재료들을 장마당에
서 비싸게 사기 때문에 공식적인 진료가 아닌 개인이 ‘야매’로
진료하고 비싼 진료비를 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문제점에 대한 보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한의학적인 요법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많
이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학약품, 합성약품이 모자라
는 실정이어서 국가에서는 동약으로 이를 보완할 것을 강조하고 있
다. 이것이 고려의학이다. 따라서 약무일꾼들에게 약초 캐는 일에
주력하도록 강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보건요원들은
4, 5, 6월에는 자력갱생의 원칙하에 약초를 캐러 다닌다.

제약부분에서 고려의학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90년대 이후 신약이 많이 부족해 지면서 한의학의 침요법을 결합했
다. 예를 들어 신의사는 한의학의 침요법을 배워 약처방 대신 침
을 놓도록 했으며, 약사들도 동약을 많이 배우도록 했다. 또한 약
초 등을 사용해 만든 약을 활용하도록 했다.

화학약품 생산은 주로 어디서 이루어지나.
순천제약, 평양제약, 라남제약공장, 신의주 마이신공장 등에서 항
생제, 어린이 영양제 등을 주로 생산했다. 그러나 공장 가동이 어
려워지자 일반주민들이 다양하게 많이 쓰는 항생제 등의 부족현상
이 심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중국 등에서 원가가 낮은 페니실린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원래 북한 항생제는 중국의 페니실린보다
그 질이 좋았다. 그러나 북한 약품 생산이 줄어들면서 장마당에 개
인이 소다와 중조를 넣고 만든 질낮은 제품들이 나오면서 항생제
의 질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어린이 영양제나 임산부 등을 위한 약생산도 하나.
어린이 전문영양제는 따로 없었고 비타민영양제가 주로 어린이 영
양제로 사용되었다. 이것은 주로 라남과 평양공장에서 생산되었
다. 알약의 경우 전분이 많이 쓰이며 애니마이신의 경우도 모두 알
곡으로부터 원료를 추출해서 쓰는데, 이 원료들의 공급중단으로 영
양제 등의 생산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여자, 노약자 등을 위한 약
은 따로 없다.

북한주민들에게 많은 질병은 무엇인가.
우리지역은 탄광지역이어서 과거에는 순환기 계통과 비염 등의 질
환이 많았다. 최근에 들어서는 불규칙한 식사와 특히 명절이 되면
두부 등 평소에 안 먹던 기름진 것을 먹어 급체해서 오는 위장질환
이 많았다.

감기에 대한 처방이나 가정 구급약은 어떤 것이 있나.
북한주민들도 감기에 많이 걸리는데 우리 병원에서는 주로 순마갈
근산(순마라는 풀에 칡을 섞은 것)이라고 하는 동약을 부지기에 가
루내어 6G씩 처방한다. 노인들은 이것을 끈질기게 먹으면 효과가
있다. 항생제 대용으로는 황백산가루(황경피나무가루)를 사용했
다. 개인적으로 구급약을 구비한 가정은 없다.

처방이나 조제상의 오남용에 대한 처벌은 없나.
‘6·24 총화’라고 해서 보건부분 교시총화가 있다. 총화위에서
는 1년에 2번 검열 그루빠가 파견돼서 치료상의 오해나 뇌물치료
를 해주고 진단서를 남발하지 않았나 검열한다. 북한에서는 진단서
만 있으면 보름동안 개인적인 장사를 해도 되기 때문에 뒷거래가
오가기도 한다. 개인의사의 경우 12장까지 진단서를 발급해줄 수
있다. 약국의 경우도 약을 남용하지 않았는지 검열한다. 여기에 적
발되면 감옥에 가기도 했었는데 최근에는 처벌이 점점 약해져서 토
론을 시킨다던가 과장, 원장을 해임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
다.

예방접종 실태는 어떠한가.
요사이는 UN이 11월 21일을 세계접종의 날이라고 정해서 UN이 보
낸 약으로 어린이들에게 소아마비 접종을 한다. 아직까지 접종체계
는 마사지지(무너지지) 않아서 한 달에 한 번 보건요원들에 대한
접종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역의 접종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또한 콜레라, 장티브스, 발진티브스, 파라티브스 등 성인 접종사업
도 세게하는 편이다. 출근전인 새벽 5∼6시나 퇴근후 저녁 9∼10시
에 대여섯 번씩 수시로 찾아가 접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담당구역
제가 있어 접종사업은 확실히 하고 있다. UN사찰단은 정기적으로
북한에 온다. 우리병원에도 왔었다.

약품부족으로 어린이 예방접종의 어려움은 없나.
95년 1월까지 갓태어난 아이들에게 BCG접종을 모두 했었다. 그러
나 96년부터 약부족으로 BCG접종이 어렵게 되었다. 우리아이도 96
년에 태어나 BCG 접종이 어려웠지만 내가 보건요원이었기 때문에
접종할 수 있었다. 보통 아이들은 접종이 어려웠다. 따라서 그 후
과로 빈곤병이라고 할 수 있는 결핵성뇌막염이 많이 발생하게 되었
다. 결핵환자가 있는 집은 그 집안의 체질이 결핵균의 침투가능성
이 높은 집안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
가 많다.

예방접종체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
원래는 의사 1명과 약사 1명으로 관리를 하게 되어 있으나 현재 이
것이 어렵기 때문에 보건분야에 대한 일반상식이 있는 의사나 약
사 등 보건일꾼 1명당 인민반 2∼3개를 맡아 기본접종사업과 쥐잡
이, 해충구제 등의 일을 한다.

약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약사가 되려면 의대 약학부나 약학대학, 전문대학을 졸업해야 한
다. 의대는 각도마다 있다. 보통 의대는 6년, 약학대는 5년, 전문
대는 2년과정을 거친다. 약학대학으로는 내가 졸업한 함흥약학대학
(현재 고려약학대학)이 유일하며, 사리원 동약전문대학은 단과대학
으로 바뀌어 4년제가 되었다.

약학대학의 교육과정과 내용은.
대학교육에는 약물제재학, 약물조제약, 신약화학, 동약화학, 약품
공정, 약물공정 등을 공부한다. 전문학교 교육과정은 대학과 같은
과목들을 다 거치기는 하는데 전문대학교육에서 체계만 뽑아 배운
다면 약학대학의 경우는 좀더 세부화 해서 배운다는데 차이가 있
다. 따라서 약대를 나오면 약제사라고 부르며, 전문대를 나오면 준
약제사 혹은 조제사라고 부른다. 약조제는 대학을 나온 사람만 할
수 있다. 약학대학은 또한 신약학부와 동약학부로 나눠져 있으며,
동약학부는 자연을 활용한 약을, 신약학부는 합성약에 대한 공부
를 한다. 따라서 합성약부를 공부한 사람들은 제약공장의 합성공업
기사로 가기도 하며 이곳에서 합성약품을 연구한다.

남북한이 제약부분의 교류를 한다면.
남한에 오기 직전에 남한에서 온 교갑제 감기약을 본 적이 있다.
포장부터가 무척 좋아보였다. 북한의 경우 항생제가 적다. 항생제
가 필요할 것 같다. 항생제는 주로 순천제약공장이 생산하고 있는
데 자재 지원이 안돼서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이것이 복구되려면
10여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남한에서 항생제를 북한에 지원해
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