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96년의 홍수를 겪으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식량 부족에 의해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단편적으로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6년도에 나온 보고서에는 5세 미만 어린이 245만 명 중에서 20%인 52만 5천명이 성장장애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보고들도 막연한 추정이었거나 실무자들의 현장보고에 기초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위기의 초기에 북한 어린이들의 심각한 위험 상황은 여전히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1997년은 식량부족이 가장 심했던 해였다. 당시는 북한의 위기가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던 초기여서 북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북한 당국 또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영양조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1997년 한 보고서에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자강도 보건 당국은 회천시의 만 5세미만 어린이의 8,860명 중 3,400명이 신장과 체중이 늘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나아가 750명은 명백한 체중감소와 부종의 징후를 보이고 있고 140명은 마라스무스, 콰시오코르 또는 양자의 혼합증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1997년 초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가 현장 조사한 9명의 어린이 중 4명이 급성 영양실조 상태(체중 대 신장 < -2SD)였다. 1997년 4월8일 북한 보건성은 5세미만 어린이의 15.6%에 해당하는 324,000명이 영양실조 상태이며 이들 중 134명이 1996년에 사망하였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1997년 7월에는 월드비전의 조사팀이 북한의 5개 어린이시설을 방문하여 어린이 건강상태를 조사하였는데 조사 어린이의 85%가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보고하였다. 북한에서 탁아소와 유치원은 어린이에게 영양을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의 하나이다. 그러나 1997년경 탁아소나 유치원 출석률이 30-50% 정도로 감소하는데 이것은 이곳에서 더 이상 식량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며 겨울철에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원인의 하나였다. 1997년 유엔아동기금의 다른 보고서에서는 북한 보건성의 공식 발표를 인용 5세미만 어린이 210만 명의 37%인 8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하였다. 80만 명 중 10%(전체의 4%)는 영양상태가 매우 심각하며 65%(전체의 24%)는 이보다 덜하나 역시 심각한 수준이며 25%는 비교적 정도가 덜하다고 하였다.
식량 위기가 심화되고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서 국제 지원을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대북 지원에 관여해온 국제기구들의 현장보고나 북한 정부 당국의 발표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북한에 대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식량 위기가 심각함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 식량 부족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의 영양 및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갔다.
1997년 8월에는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의 5개 도 19개 군의 42개 유아원과 유치원에서 7세미만 어린이 3,695명을 대상으로 영양 평가는 실시하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성장이 저하된 어린이가 74%에 이르렀고 영양실조는 33%, 중증 영양실조는 8%에 이른다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