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9월23일부터 10월16일에 걸쳐 수행된 영양조사는 유럽연합, 유엔세계아동기금, 세계식량계획 등 3개 단체가 참여하여 이루어진 조사이다. 이 조사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실시된 전국적인 규모의 조사로, 국제기구가 참여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된 만큼 신뢰도가 높?

  1998년 9월23일부터 10월16일에 걸쳐 수행된 영양조사는 유럽연합, 유엔세계아동기금, 세계식량계획 등 3개 단체가 참여하여 이루어진 조사이다. 이 조사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 실시된 전국적인 규모의 조사로, 국제기구가 참여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된 만큼 신뢰도가 높은 조사이다. 북한 측에서는 큰물피해 복구위원회가 조사 업무 지원을 맡았고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Korean Institute of Child Nutrition)가 실제 측정하는 역할을 맡아 이루어졌다. 전체 표본은 1,762명으로 6-84개월 연령에 해당하였으며 전체 211개 군 중에서 130개 군 어린이가 포함되었다. 통계적으로 북한 가정의 70%를 대표하는 총 1,800가구를 방문하여 조사하였다. 주요 작업은 어린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어린이의 영양상태의 평가는 나이, 키, 몸무게의 상대적인 비교치를 영양상태가 양호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기준치와 비교하여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 기준치로는 유엔아동기금이나 세계보건기구가 NCHS기준을 적용할 것을 권하므로 대개는 이를 기준으로 삼아 측정치를 비교하게 된다. 체중 대 연령(weight for age)의 수치는 급성과 만성 영양부족을 모두 반영한다. 기준 인구(NCHS기준)의 중앙값과 비교하여 표준편차 2배 이상 차이로 적게 나오면(체중 대 연령 < -2SD) 중등도 또는 중증 저체중 상태(moderately or severely underweight)라고 한다. 표준편차 3배 이상의 차이면 중증 저체중 상태(severely underweight)이다. 신장 대 연령(height for age)의 수치가 마찬가지로 표준편차 2배 이상 차이로 적게 나오면 중등도 또는 중증 만성 영양실조(또는 발육 부전, moderately or severely stunted)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체중 대 신장(weight for height)의 수치가 적은 경우는 급성의 영양실조(wasted)라고 하며 최근의 영양부족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표. 성과 연령에 따른 5세 미만 어린이의 영양장애 유병률(1998년)
	표본크기(1,762명)		급성 영양실조(%)*		만성영양실조(%)**
연령(개월)	남(887명)	여(875명)	남	여	남	여
6~<12	61	83	19.1	16.5	23.0	8.2
12~<24	146	151	36.5	25.8	45.6	51.1
24~<36	159	133	25.3	14.2	63.7	60.2
36~<48	139	125	16.3	9.2	74.6	75.6
48~<60	141	125	14.6	3.0	80.	75.0
60~<84	241	258	11.7	4.2	76.4	73.4
남여 총평균			15.6		62.3
* wasted, 체중 대 신장 <-2SD ** stunted, 신장 대 연령 < -2SD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표>) 조사 대상 어린이의 62.3%가 발육 부전 또는 만성 영양실조(stunted, 신장 대 연령 < -2SD)의 징후를 보였다. 만성적인 영양실조는 ‘발육 부전’이라고 하며 어린이들의 나이와 신장을 비교하여 측정하는데 장기적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생긴다. 급성의 영양실조 수준(wasted, 체중 대 신장 <-2SD)도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어린이의 15.6%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급성 영양실조는 ‘쇠약해진 상태’라고 하는데 발육부전과 관계없이 일정한 신장의 어린이는 신체를 정상적으로 활동하기에 적합한 몸무게를 가져야 하는데 만약 몸무게가 너무 작으면 그 어린이는 현재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표에는 표시하지 않았지만 60.6%가 체중 대 연령 수치가 감소한 저체중 상태였다. 

  당시 조사 책임을 맡았던 메릴린 와인가트너는 만성영양실조에 관한 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급성 영양실조가 16%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급성 영양실조 상태의 전체 평균이 16%인 점도 중요하나 연령별로 좀더 세분화하여 들여다보면 사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생후 12개월에서 24개월 어린이들은 이 수치가 30%로 높아져 적어도 3명 중 1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 시기는 두뇌의 중요한 부분이 기능하기 시작하고 운동신경이 발달하며 면역체계가 완성되는 때로 이 시기의 영양실조는 영구적인 신체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생후 12개월 미만 어린이의 경우 18%가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것은 태아 상태와 모유를 먹는 상태에서 영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메릴린은 말한다. 임신을 하였음에도 임산부의 몸무게가 늘지 않으며 몸무게가 작은 아이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린이들은 같은 나이 또래의 발육상황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위의 자료를 가지고 남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상태를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 자료를 가지고 1997년의 남한 어린이의 자료와 비교한 결과, 만7세 남북한 어린이간의 키 차이는 남녀모두 최소 12cm 정도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의 남북한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에는 영양결핍에 따른 성장부진에 추가적으로 성숙속도의 저하가 작용하여 키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에 영양조사와 같이 유엔세계아동기금에서는 보다 심층적인 복합요인조사인 MICS (Multiple Indicator Cluster Survey), 즉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 어린이들이 섭취하고 있는 음식, 출생률과 모유에 의한 양육 실태, 예방접종실태, 수도 공급과 위생상태, 교육기회 등 어린이들의 상황에 대한 여러 측면들에 대해 75가지의 항목에 대한 조사도 동시에 실시하였다. 이런 방식의 조사는 유엔아동기금이 개발하여 각국에 조사를 권장하고 있으며 많은 나라가 1995년에 시행한 바 있다. 북한은 1995년에 실시하지 못하고 1998년 영양조사와 동시에 실시한 것이다.

  1998년 영양조사의 결과는 수년에 걸친 국제기구들의 식량지원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열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지원된 식량이 어린이들에게 배급되지 않고 군대로 전용되지 않았느냐는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여 북한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하였다. 이후 북한은 국제기구의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영양조사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아직까지도 1998년 결과와 비교할만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양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