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존 대북 지원 방향은 주
▶ 북한은 지난해 ‘시장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평양시 낙랑구역에 2000평 규모의 ‘통일거리시장’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평
양에 40개 이상의 상설시장을 열었다. 사진은 평양 시민들이 식량과 생필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통일거리시장. [평
양 신화=연합]
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구호 차원이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의 대북 지원 액수인 1조3647억원(식량차관 포함)중 대부분이 식량
과 비료.보건의료에 사용된 점이 이를 반영한다.
북한이 그때그때 요구하는 항목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데 그친 것이다. 한마디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적 동의 없이 추진된 데 따른 '퍼주기 논쟁', 이벤트성 행사에 따른 '뒷돈 논쟁'등이 효과적인 대북 지원을 더욱
가로막았다.
이런 차원에서 중앙일보는 북한 경제 회복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대북 지원 방안을 농업.보건의료.공장.인력개발.사회간접자
본(SOC).에너지 등 6개 부문에 걸쳐 마련했다.
우선 농업 분야에선 감자 생산 지원이 급선무라는 점을 제시한다.
북한은 2000년 초부터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감자 생산을 독려해 왔다.
이를 위해선 '무바이러스 씨감자'의 대량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월드비전 등 민간단체의 지원으로 북한에선 현재 씨감자
1000만알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이는 20만정보에 심을 수 있는 양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감자 생산량은 400만
t에 달하게 돼 북한 식량난이 상당한 정도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최소 10만t 이상의 비료
가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료 10만t을 북한에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0억원가량. 따라서 쌀 40만t 지원에 드
는 비용(6000억원)의 20분의 1로 상당 부분의 식량난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한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왕진가방 보내기'를 비롯해 비타민 공장 건설, 시.도별 지자체들이 북한의 각 지역과 자매결연을 하는 방법으
로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인 지원 방안임을 강조한다.
'왕진가방 보내기'는 주민 100명당 의사 한명의 비율로 의료 인력이 풍부한 북한의 의료 체계를 감안한 것이다. 북한의 의료 현실
은 항생제 등 기초 의약품과 솜.거즈.주사기.수액제.링거주사기 세트 등 기초 진료기구의 절대적인 부족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크
게 개선될 수 있다. 고가의 첨단 의료장비를 운영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부품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년 내에 전력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도 활용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 대북 의료지원 활동을
펴온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기초 의약품과 기초 진료기구를 담은 왕진가방의 경우 개당 3만~4만원 수준이어서 북한에 대량으로 지원
하더라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와 함께 비타민 공장 건설도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북한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개선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저비
용.고효율의 지원 방안이다.
가동률 30% 정도에 머무는 북한의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임가공 교역(원자재 등을 제공하고 생산된 완성품을 도입하
는 거래) 확대 등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
전력과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경우에는 이를 복구.개선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핵 문제의 해결 전망이 서기 전에는 근본적
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개성.신의주.나선의 특구 지역에 필요한 전력 등
은 기존의 전력 생산 설비를 개.보수해 보완하는 등의 방안이 있음을 제시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2년 말 북한 경제는 연간 1조2000억~2조4000억원의 외부 자본 유입이 있으면 연간 7%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같은 해 남측의 정부와 민간이 북한에 지원한 금품은 3236억원(쌀 40만t 차관 지원 포함), 국제사회가 지원한 금액은 3092억원으로
모두 6328억원에 달한다. 7% 성장에 필요한 지원액의 25~50%를 넘는 액수다. 그러나 같은 해 북한의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응급
구호적 성격의 지원이 비효율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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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2 21:53 입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