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건의료네트워크

북한의 의료체계는 모자보건의 영역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위기로 인해 안전한 출산이 상당히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0년대 출산 장려 정책을 펴다가 7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는 출산 억제 정책을 펴 왔다. 83년에는 낙태 수술을 공식으로 허용하고 산아제한 지침까지 하달하는 등

표 1. 산전 진찰과 출산에서의 참여 의료인의 비율 (단위: %)

산전 진찰

출산

의사

38.7

36.3

간호사

1.8

2.8

조산사

56.6

57.6

기타

0.4

3.0

계

97.1

96.7

출산 억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탈북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97년 이전까지는 임신 8-9개월 된 태아라도 임신중절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임신 방지를 위해 링을 많이 이용하며 임신을 하는 경우는 리바놀이라는 액을 양수에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신 중절을 시행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 영아 사망률의 증가와 출산률 저하 등으로 인해 다시 다산 정책으로 전환하는데 이에 따라 임신중절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난방이나 급식 등 병원 환경이 악화되면서 가정에서의 출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한 합병증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후송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이 제한되어 있고 수술이나 수혈이 필요한 합병증을 해결할 수 있는 병원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 있다는 것이다. 산전 진료는 임신중독증, 빈혈, 전염성 질환과 같은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나 위험 요인들을 파악하고 관리하여 산모사망률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임신이나 출산에 따르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파상풍에 대한 예방 접종을 시행하며 태어날 어린이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2000년도에 시행된 2차 MICS의 결과(<표1>) 산전 진찰에서는 97.1%, 출산 시에는96.7%가 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 의료인의 진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보다는 조산사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도의 다른 보고에서는 산모의 99.9%가 산전 진료를 위해 등록이 되었고 94-99%는 임신 1기에 등록되었으며 대부분이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하였다고 한다. 산모의 40%는 리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출산을 하였고 집에서 출산을 한 경우는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전 진찰의 양적인 성과는 대단하지만 경제적 위기에 봉착하여 내용적 수준은 크게 후퇴하였다. 출산 전까지 산모는 보통 18번 산전 진찰을 받고 있지만 장비나 약품 부족으로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보고에는 산전 진찰시 장비 부족으로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불충분한 검사 등으로 인해 위험군 산모에 대한 조기 진단이나 대처가 지연되어 결과적으로 산모나 아기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성사망률(maternal mortality)이 1990년 출산 10만 건당 70명 정도였으나 1996년에는 110명으로 증가하여 임신으로 인해 산모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모의 건강은 영양부족, 적절한 산과적 진료의 부족, 과중한 일 부담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파상풍 독소 예방접종은 신생아 사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신생아 파상풍으로부터 어린이를 예방하기 위해 임신 중 산모에게 접종하는 것이다. 임신 중 2번 접종하게 되는데 전에 접종한 적이 있다면 한 번만 추가로 접종하면 된다. 5번의 접종으로 평생 예방이 가능해진다.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북한에서 파상풍 예방접종률이 감소하게 되는데 1998년 시행한 MICS 조사에서는 산모에 대한 파상풍 예방접종률이 4%에 불과하였다. 이에 따라 신생아 파상풍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실제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는 북한에서 1995년 3명, 1996명 2명, 1998년 6명의 신생아 파상풍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식량이 부족하면 산모들도 마찬가지로 식량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나눌 수밖에 없다. 산모가 제대로 먹지 못하면 이 산모에서 태어나는 아이도 체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저출생체중아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영아 사망률이 증가할 뿐 아니라 성장발달상에서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 현장보고에서는 저출생체중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지방공무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평균 3.3kg에서 2.2-2.3kg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식량난이 가장 극심했던 당시에 지역에 따라 따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평균 2.6kg, 다른 지역에서는 평균 2.3kg 정도의 저체중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 또 다른 정보에 따르면 지난 몇 년 사이에 출생 시 체중이 평균 약 400g 정도 감소하였다고 한다. 저출생체중아가 증가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산모의 영양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가 영양부족의 상태로 성장하면 그 영향은 다음 세대에게도 미치게 된다. 다음 세대에서의 저체중 출생아의 비율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출생시 신생아들의 체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으나 이전 상태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1998년의 제1차 MICS에서는 9.0%였던 저출생체중아가 2000년의 제2차 MICS에서는 6.4%로 2.6% 정도 감소하여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에서는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1993년 인구 1,000명 당 14명에서 1999년 22.5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영아 사망률의 증가는 저출생체중아의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35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북한의 산모와 수유부는 만성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 산모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영아들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엄마가 제대로 먹지를 못해 모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으나 젖을 대신할 수 있는 대용품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영아기의 영양부족은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의 저하를 유발하여 쉽게 감염병에 쉽게 걸리게 된다. 2차 MICS에서 조사 대상 304명의 어린이 중 0-3개월 영아의 90.7%가 모유만 먹이고 있었다. 6-9개월 영아의 18.4%가 고형식을 먹이기 시작하였고 12-15개월 어린이 중 86.3%, 20-23개월 어린이 중 36.5%도 모유 수유를 같이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