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나눠봤던 사람만이 나눔의 희열을 알 수 있지요."
성남시의사회 회장으로 '사랑의 주치의 운동'을 벌여 영세민과 장애인들을 위한 무료진료 활동을 벌였던 노광을 한국국
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이 이제는 의료행정가로 변신해 북한의 의료시스템을 돕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재단은 작년부터 북한 강원도 고성군 온정인민병원의 현대화를 지원해 지금은 이 지역 최고로 소문난 병원으로 바꿔
놓고 있다.
처음에는 산부인과만 지원하려고 했지만 현재 내과와 안과까지 지원하고 초음파, 내시경 등 각종 의료장비를 지원해
아픈 온정리 주민들에게 빛이 되고 있다.
특히 남쪽에서 매달 두 차례씩 각 과목 의사와 간호사들이 온정병원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을 직접 치료하기도 하고
북측 의사들과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견교환을 통해 남북간 의료협력을 현장에서 실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안과의사들이 온정병원에서 34명의 백내장 환자와 19명의 익상편(눈 안에서 살이 자라 앞을 보기 어려
운 증상) 환자를 수술해 50명이 넘는 북한 주민에게 세상의 빛을 느끼도록 했다.
노광을 사무총장은 "두 눈 모두 백내장을 앓고 있던 북측의 한 할머니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수술 직후 아들의
결혼식을 치른 뒤 수술을 해준 남쪽의 의사들에게 예쁜 며느리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
했다.
특히 안과수술 과정에서 북측 의료진이 함께 참여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과부문 의료기술이 떨어지는 북
측 의료인력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다는 후문이다.
노 사무총장은 "남북한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사업에서 하나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참 보람된 일"이라
며 "온정인민병원이 용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병원을 찾는 북한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병원의 현대화를 위해 국내의 건강보험관리공단과 기업은행으로부터 후원을 이끌어냈고 온정인민병원에서 봉사활
동을 했던 국내의 의료진들은 자발적으로 의료장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재단은 또 올해부터 독일의 '독-북의학협회'와 공동으로 매년 북측의 의료진 10명씩을 독일로 초청해 현지의 전문병
원에서 6개월 내외의 기간 의학기술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노 사무총장은 "2001년부터 시작됐던 1차 5개년 사업 때는 독일에서 지원했지만 이제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느
냐"며 "사업을 통해 북측의 의료 시스템도 많이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노광을 사무총장은 "북측 의료진이 남쪽에 와서 공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단
에서 중국과 몽골에도 지원하는 병원이 있으니까 이들 병원에 북측 의료진이 나와서 직접 현지인들을 치료하면서 앞선
의료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그룹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른기회 장학금'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까
지 털어놓았다.
재단의 향후 대북사업에 대한 계획을 묻자 노 사무총장은 개성공단이 아닌 개성시에 있는 온정인민병원 같은 작은 병
원들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작은 병원들에 의료장비와 의약품을 지원해서 그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
박한 희망을 피력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맡았던 고(故) 이종욱 박사를 후원하던 단체에서 시작했다.
이 박사가 사무총장이 되면서 이제는 우리 나라도 어려운 나라들의 의료보건 발전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서 재단이
만들어졌고 작년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법이 만들어지면서 공식 출범해 인도네시아 등에서 의료지원활동을 후원하고 있
다.
노광을 사무총장은 "정부가 법을 제정해 후원하는 재단이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늘 재원이 부족해 외부의 지원이 정
말 절실하다"며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남을 돕는 일에 참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사를 하다가 사무총장직을 맡은 이유를 묻자 그는 "나눠주는 사람만이 나눔을 통한 즐거움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
낄 수 있다"며 "고민은 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히며 멋쩍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