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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루에 비타민 10만정을 찍어내고 있어요`
작성자 김진숙 (2003.09.03) 조회 6005

지난 8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김진숙 사무국장의 방북기입니다.  통일뉴스(www.tongilnews.com)에 실린 내용을 옮겼습니다...편집자주


”우리가 보낸 설비들이 하루에 비타민 10만정을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 5일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대표단의 방북이 있었다. 대표단은 백재중(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국립의료원 내과), 김현숙(원진녹색병원 소아과), 안철호(참의료실현한의사회, 농민한의원), 고병년(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안종문, 송방원, 김인수(이상 3인은 전기.시럽제생산설비 업체) 그리고 필자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방북기간 동안 대표단의 임무는, 첫째 평양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이하 연구소)에 작년과 올해 지원한 제약설비(정제, 환제, 시럽제)들의 정상가동과 지원물품들의 인수 및 분배 확인, 둘째 북측의 조선의학협회와 구역병원 지원에 대한 협의, 셋째 연구소의 원료의약품  설비 보완 및 하반기 지원사업에 대한 협의 등이었다.


무엇보다도 지원한 설비들의 정상가동을 보는 것은 지원본부의 그간 사업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차후 사업 방향을 잡는 근거가 되므로 이번 방북은 이 부분에 집중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방문 첫 날에는 북측 민화협 부회장과의 동석만찬과 일정 협의가 있었고, 둘째 날 오전에는 만경대 생가와 주체탑 방문을 마치고 연구소로 향했다.


지난 6월과 7월에 보낸 물품들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을 한 후에 바로 작년에 보낸 정제생산설비의 정상가동을 확인했다. 작년에는 북측의 전기 사정으로 인한 잦은 정전으로 정상가동이 어려워서 그동안 이를 보완할 전기설비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었다.


 정제생산설비의 마지막 단계인 타정기(알약을 최종적으로 찍어내는 기계)에서는 노란색의 비타민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루 10만정씩 생산하고 있다니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10만명의 어린이들에게 비타민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신이 나기도 했다.


다음으로 지난 7월에 지원한 시럽제생산설비의 설치와 기술이전을 마쳤다. 이 설비와 함께 항생제원료를 지원했으므로 정상가동이 되면 북한어린이 사망원인의 1.2위인 호흡기질환과 설사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시럽을 매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소 소장, 약제사와 하반기 지원사업에 대해 협의하였다. 이 설비들이 쉬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원료의약품과 정제설비 중에서 이미 마모되어 보완되어야 할 부품들에 대해 우선 지원하기로 하였다.


다음으로 조선의학협회와 구역병원지원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구역병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설명을 붙이자면, 서울이 종로구, 구로구 등으로 나뉜 것처럼 평양시도 23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어디가 아프다하면 동(洞)진료소의 담당의사에게 먼저 간 후에 다음 단계인 구역병원으로 갈 수 있다. 구역병원은 입원실 70-150병상 규모로 대부분 과(科)가 다 갖춰져 있고 하루에 외래 환자가 2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선 하반기에 2-3병원부터 단계적으로 지원을 시작한다는 큰 틀거리만 협의하고 준비를 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방북은 지원본부에게 여러 가지 의미와 과제를 던져주었다. 2001년 북측과 제약설비 지원사업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한 후 정제 - 환제 - 시럽제설비 등을 지원했지만 전기사정이 원활치 못해 정상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원본부가 완제의약품을 지원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생산설비를 지원하기로 한 배경에는 국내외의 대북 지원경향이 북측이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지원으로 전환하는데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설비지원을 위한 초기 자본 투입에 대한 부담은 크지만 일단 설비지원을 한 후에는 원료의약품을 지원하면 되므로 같은 비용으로 완제의약품을 지원할 때보다 6-7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점과 북측의 유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이 과정에서 남북간의 교류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등.....


어쨌든 정제설비들이 일부는 닳아서 새로 보완해주어야 할 정도로 약을 씽씽 만들어내고 있다는 말은 지원본부의 그간 사업내용이 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평양은 구호의 도시라 할 만큼 곳곳에 선동적인 구호가 새겨있었다. 그중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정제설비를 지원하고 여러 번의 마음 졸였던 과정들이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 10만정씩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비타민이 생산되는 현장은 지원본부에게는 감격이었다.


평양을 오가는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아이들만 보았다. 올해 초 유니세프에서 발표한 북한어린이들의 영양상태는 2년 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최악의 상태에서 조금 나아졌다는 의미라는 것을 이번 방북에서 확인했다.


무더운 날씨에 분수대 물에 뛰어들고 나무 위로, 아슬아슬한 담벼락 위를 거니는 모습은 남측 어린이들보다 더 개구지다는 느낌이었으나 여전히 영양결핍으로 자기 나이보다 어른스러워 보이는 아이들에게 아직도 우리들이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느꼈다.


”5천원이면 지원본부에서는 어린이 한 명에게 1년간 비타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지만 이번만큼 절실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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