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좋을 때나 안좋을 때나 지원해야".."美서 대북지원사업 발목잡은 적 없어"
北 51번 왕래 396억원 상당 지원..21만여명분 결핵약 제공 북한 결핵퇴치 앞장
한남대 설립 린튼 목사가 할아버지..'유진 벨'은 1895년 선교사로 한국 건너온 증조부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 "북한의 상황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변함없이 남한은 한
결 같은 마음으로 지원하고 북한은 열린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활동이 지속된다
면 언젠가 이루어질 통일 한반도가 조금 더 희망적이지 않겠습니까."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북-미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95년부터 대북지원
사업에 앞장서온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Stephen W. Linton, 스티븐 린튼.56) 회장은 23일 연합뉴
스와의 인터뷰에서 초정치적 입장에서 대북지원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당장 유진벨 재단측은 오는 26일과 다음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주민 9천700여명에게 돌아
갈 결핵약을 포함해 의약품, 의료장비, 농업물품 등 10억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을 정하게 된 것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약품과 관련 물품을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원해야 한다는 인 회장의 인도주의 정신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 회장은 북한을 51번 왕래하면서 재단측이 최근까지 기초의약품을 비롯해 의료기기와 영양
제, 쌀과 옥수수 등 396억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21만여명 분의 결핵약
을 제공하며 북한주민의 결핵퇴치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인 회장도 최근의 북한과 미국의 대립상황이 자칫 대북지원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그는 '대북지원에 미 당국이나 주위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의식이 된
다"고 털어놓은 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 때문에 미국에서 북한을 위해 모금하기가 힘들지
만 미주 한인동포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발전이 있다면 처음에는 미국사람들이 북한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으나 갈수록 북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행히 아직까지는 분위기가
가장 나빴을 때도 미국에서 우리 사업에 발목을 잡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가 지금까지 처럼 앞으로 사업을 지속해 간다면 미국에서도 우리가 하는 일
에 관심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 회장의 대북지원 사업에 대한 애착은 인도주의 정신 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도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 회장의 집안은 1895년부터 한국에서 선교를 해오고 있으며 4대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
다.
한남대 설립자인 윌리엄 린튼(한국명 인돈) 목사가 그의 할아버지이며 재단명인 '유진 벨'은
선교사로 한국에 건너온 증조부뻘인 할머니의 아버지 존함이다. 최근 매스컴에 소개되는 '내 고
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책의 저자 인요한씨가 인 회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인 회장은 그러한 집안 배경에 대해 "저는 한국에서 자란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고 다만
배경이 조금 특수하다고 할 수 있다"며 '특유'의 겸손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 회장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북한 지원사업을 시작할 때는 3년 정도면 끝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랫
동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다"면서 "당면사업으로는 북한
이 요청한 시.군 단위 인민병원 개선 쪽으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0년간 사업을 추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후원자들의 덕분"이라면서 "앞으로 북한
에 대한 지원이 필요 없게 되는 날까지, 저희 힘이 남아있는 한 지원사업을 계속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회장은 대북지원사업에서의 유의점에 대해 "어떤 지원사업이든 중요한 한 가지 문제를 해
결하는데 집중해야 하며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
에 대한 해결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며 "북한내에서도 그들이 자립적으로 문제를 해결
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