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은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 사업과 더불어 중요한 사업 분야의 하나이다. 95-96년 지원 사업의 초창기에는 당장 식량이 시급하여 이에 대해 집중하였지만 점차 의약품 부족 등에 의한 사망 사례 등이 보고 되면서 보건의료 분야 지원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남측 민간단체의 지원 내역을 보면 표와 같다. 최근 들어 지원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2000년도의 지원규모가 1,380만 달러 즉 160억원에 상당하는 액수이다. 그리고 지원 품목들도 대부분 의약품이나 의료 용품 등 소모성 물품인 경우가 많아 실제 북한의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에 기여한 바는 크지 않아 보인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로는 소아마비 박멸, 예방접종사업의 정상화, 결핵 관리 사업, 말라리아 관리 사업, 유행병의 조기 경보시스템과 관리, 지역사회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 강화, 의약품과 수액제의 국내 생산 등이 우선 대상 사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약품과 백신 등 물품들의 직접 지원에 의존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보건의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의 확보가 필요하다. 제약 산업의 복구. 수액제 생산라인의 건설, 의료기기, 장비 제작 공장 등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물자의 생산을 정상화시켜야 하고 병원, 진료소 등 직접 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장에 대한 복구 사업들도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북한 보건의료체계가 지니고 있는 장점들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장 적은 자원으로 가장 효율적인 효과를 기대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의 여러 분야 중에서 보건의료 한 분야만 따로 떼어내어서 복원을 논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일방의 목적과 계획에 의해서 성취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려는 자세는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대북 보건의료 분야 지원 방향에 대해서 몇 가지만 지적해 보겠다. 

  첫째로, 지금과 같은 정부 지원 규모나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복원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지원은 인도주의적 지원에 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통일을 대비하여 보건의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장기적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지원이 통일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보건복지부는 팔장만 끼고 있는 양상이었다.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의 지원이 일시적인 재난 구호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겠지만 이제는 개발 구호 나아가 통일 후 체제 통합이라는 진전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 사업의 채널을 다양화하여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보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지원 및 교류 사업 자체를 정기적인 사업의 하나로 인식하여 행정 체제 내에 구조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되고 그래야 북한의 입장에서도 덜 부담을 갖고 교류 사업에도 응해 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는, 민간부문에서는 의사, 약사회와 같은 전문인 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특정 분야의 전문가 그룹들도 각 분야에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어린이, 산모와 같은 취약 계층의 영양과 건강 문제는 여전히 긴급 구호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 실태 파악과 이를 국민에게 홍보하여 관심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은 주로 세계보건기구나 유엔아동기금과 같은 유엔기구 그리고 국제적십자연맹과 같은 국제단체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이들이 그동안 이룬 성과들을 충분히 공유하고 공동보조를 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섯번째, 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원사업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하려고 하는 단체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사업을 조율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나아가 공동 사업의 추진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