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근(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울산지부장)

 1. 출발
 참으로 오랜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평양 방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부터 방북 준비에 들어간 이후,12월4일 통일교육원에서 방북자 교육을 받을때만 해도 평양 간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믿어지지도 않고 가슴설레이는 일이었습니다.그런데 12월 17일 출발이 무산되었고 평양간다고 큰소리 친후라, 만나는 사람 마다 `거 봐라 평양길이 그리 쉬울라고..` 등의 눈총이 방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꺾어 놓았습니다. 1월 7일의 출발은 혹한기의 방북이라는 부담과, 방학때 자리를 비우는 걱정스러움과 이제 진짜로 간다는 설레임이 뒤엉킨 오랜 기다림 끝의 그런 출발이었습니다. 

 2. 북경
 북경에 도착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증을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할거라는 1차 방북단의 경험담과는 달리 강승국선생님의 비서인 미쓰 리께서 대행해주셔서 일정에 없던 천안문 광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비행기에서도 보았지만 북경은 산이라곤 보이지않는 황량한 벌판 위에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마치 T.V드라마 `은실이`촬영세트장처럼......
 저녁에 북쪽에서 운영하는 `해당화`식당에서 강선생님, 미쓰 리와 식사를 하였습니다. 처음으로 북쪽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조국에 가시면...` 그 아리따운 북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조국`이라는 말이 해당화 식당의 김치 맛처럼 우리의 가슴을 `쩡`하게 만들었습니다.

 3. 평양 가는길
 북경 공항은 늘 붐빔니다. 고려항공으로 부치는 짐이 많으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는 강선생님의 충고로 일찍 공항으로 갔습니다. 수속후 탑승시간이 남아서 모두들 작별의 전화를 하고......탑승하고서도 1시간 넘게 기다린 
12시 30분에 드디어 이륙......비행기는 서해 바다를 건너지 않았습니다.(수풍댐을 지나 국경을 넘는것 같았습니다). `조국`의 산하를 내려다보며 처음으로 마셔 보는 룡성맥주의 맛은 `화려하진 않지만 골고루 같이 사는 북조선의 맛’이 그대로 녹아 있는듯 하였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평양은 온통 눈 속에 덮혀 있었고 영원히 못 와볼것 같았던 평양에 와 있다니, 실감나지않는 사실이었습니다.

 4. 평양
 눈으로 덮힌 채 우리를 맞은 평양은 큰 두개의 건축물- 주체탑과 피라미드 같은 유경호텔-이 하늘을 이고서 우뚝 서 있었습니다.
 우리의 사업 파트너인 광명성 총회사 사장님께서 주최하신 저녁 식사를 시작으로 우리의 공식적인 평양방문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양에서 대동강으로 흐르는 작은 강이 바로 보통강입니다. 그 보통강 강가에 위치한 `보통강려관`이 우리가 묵은 호텔입니다. 아침에 보통강호텔 주변을 가볍게 뛰는걸로 하루를 시작했으며, 보통강호텔 식당에서 너무나 의젓한 의례원 `철진동무`의 정겹고 `쩡`한 입담을 반찬으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앳되보이는 철진동무를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할까... 너무오래 고민했습니다. 돌아오기 전날 사인 좀 해달라니까 `고것은 고저 내가 크게 되면 나갑니다(사인해 드립니다)` 너무나 듬직한 우리 겨레의 모습...-
 9시 30분경에 보통강호텔을 출발하여, 원뿔모양의 하키스틱을 걸쳐놓은 듯한 빙상관, 창광거리, 정말 궁전처럼 보이는 인민문화궁전, 평양의 서쪽문인 보통문, 만수대, 종로, 옥류관과 연광정을 먼발치로 보며, 옥류교 위를 달리면 지나온길 쪽으론 인민대학습당이 보이고, 가는길 쪽으론 주체탑이 화산처럼 우뚝 서 있습니다.-횃불이 있어서 꼭 그런 느낌이었는데 누가 되는건 아닌지....-
 청년거리를 지나 극장(?)있는 곳에서 좌회전하여 조금 더가면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여기로 거의 매일 출퇴근했지요. 알약 한 알을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일손과 정성이 필요하구나... 그 알약 한알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우리 방북단 양동일단장님의 열정적인 모습은 북측 사람들도 무척 감동적인듯 했습니다.  정제생산의 기쁨과 함께,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에서 정말 정성스레 준비한 푸짐한 저녁을 대접 받으면서 느낀 우리 동포의 끈끈한 인정.....우리 방북단이 가지고 온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 밖의 일들- `민족식당`에서 북쪽의 아리따운 가수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협연을 하신 박징출선생님, 무대에서 우리가 함께 부른 `고향의 봄``우리의 소원`, 장기수 선생님 얘기하다 말고 한동안 울먹였던 김진숙국장님, 생각이 너무 많아 맘고생 많이 한 이창호선생님, 영상기록을 위해 팔 힘을 아끼지 않은 정태환선생님, 없는 듯하면서도 없으면 안될 우리 방북단의 베스트 드레서 양계환선생님, 그리고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의 유능한 전기 기술자 리석철동무, 옆집 할아버지같은 느낌의 김수환박사님, 김국장님의 언니가 된 박경숙선생님, 단장님과 정제생산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짜낸 류새모약제사님...보통강호텔주점에서 일하면서 열심히 수학 공부도 하던 의례원 주수련동무... 이 모두가 방북기간 동안 잊을수 없는, 잊어 버리고 싶지 않는 `우리`의 모습들입니다. 
 
 5. 평양 방문 이후....
 북쪽은 서로 다른방법으로 살아온 우리의 반쪽입니다.
 우리의 관점에서 북쪽을 바라보지 말고 ,우리의 잣대로 북쪽을 재단하지맙시다.서로를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우리의 대북 지원사업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려합니다. 우리가 지원한 치과진료용 의자가 혹은 내시경이 설탕가루로 바뀌어져 있어도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질적으로 풍부하게 사는 것에 대하여 우월감을 갖지도 맙시다. 댓가를 바라지않고 도우는 것이 참다운 보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면 모든 것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이렇게 크게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지금 우리가 통일을 위해 힘쓰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은 훨씬
많은 댓가를 치루게 될거라 확신합니다.
          
                                              울산에서 박태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