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상 가운데 하
나로 `도시 빈민' 문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이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지만, 북한에 상주하거나 다녀온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을 통해 도시빈민 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시빈민 문제는 지난 2002년 북한을 다녀온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세계식량계획(WFP) 평가단이 우려한 데 이어 2003년 9-10월
현지 평가에서도 `공공배급제 의존 저소득자'의 식량사정이 심각하
다고 분석해 외부에 알려졌다.
WFP의 릭 코르시노 북한담당 국장은 작년 10월말 대북 지원을 호소
하면서 "북한의 제한적인 경제개혁으로 식량배급에 의존하는 도시
지역에서 구매력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도시지역 빈민 가정
에 식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도 지난 1월
보고서에서 7.1조치가 빠른 인플레와 도시 빈민 증가를 초래한 것
으로 분석했다.
가톨릭 구호단체인 카리타스 홍콩지부의 카티 젤웨거 국장도 작년
12월 북한을 다녀온 뒤 "도시 산업지대 주민들이 새로운 빈민계층
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도시빈민의 등장 내지 증가는 경제관리개선조치의 반작용이라
고 할 수 있다.
경제관리개선조치는 크게 ▲사회보장제도 축소 ▲임금 및 물가 현
실화 ▲화폐 통용 범위 확대 ▲경영 자율성 보장 확대 ▲원.부자
재 시장 및 독립채산제 강화 ▲원가 개념 도입 ▲성과급 확대 및
능력급제 도입 등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돈 쓸 일이 많아졌는데도 임금 인상폭에 비해 물가가 더 올
라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WFP는 7.1조치 이후 공공
배급제 가격은 35-50배 오른 반면 임금은 20배 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했다. 게다가 적지 않은 공장이 생산.판매 부진으로 일시적으
로 월급의 50-80%만 지급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도시근로자 가구는 평균적으로 소득의 70-80% 정도를 식
품 구매에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과 옥수수의 시장가격은
공공배급가의 3배가 넘기 때문에 부족한 식량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대도시 도심에 사는 저소득층은 집안에 텃밭마저도 없어 식량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WFP는 이에 따라 올해부터 도시빈민에 해당하는 `저소득 가
구'(Low income households)를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도시지역
17곳에서 공공배급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일부인 36만6천600여명이
지원대상으로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대북 구호식량이 늦어짐으로써 3월까지 WFP의 대부분 식량
배급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시빈민 구호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