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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 등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
량 공급을 전담해 온 유엔 세계식량계획 등 국제기구의 대북식량지
원이 크게 감소해, 이들에게는 올해가 유난히 춥고 배고픈 겨울이
될 듯하다. 사진은 음식을 먹고 있는 북한 어린이 모습이다
■북 식량사정 어떤가
미국이 24일 북한에 식량 6만t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
근 세계식량계획(WFP)의 ‘긴급 호소’에 대한 반응이다. 또 ‘크
리스마스 이브’에 이를 발표한 것은 식량지원의 인도주의적 성격
을 과시하려 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이미
올 초에 지원하기로 했다가 미뤄왔던 걸 이제서야 이행하겠다는 것
으로 봐야 한다.
◇ 국제사회의 긴급호소=앞서 세계식량계획은 11월과 12월 두 차례
에 걸쳐 국제사회에 대북지원을 긴급 호소한 바 있다. 이 기구는
올해 51만3천t의 대북 식량 지원을 계획했지만, 실제 모금된 것은
60% 수준인 31만t에 불과했다. 릭 코르시노 북한 담당 국장은 “올
해 11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최소한 14만7천t의 식량이 부족한 실
정”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12월 들어 북한 주민 220만명이 세
계식량계획의 식량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상황에 내몰렸고, 내년 1
월부터는 그 수가 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6만
t 지원 결정으로 배급을 끊거나, 양을 줄이는 극단적 조처까지는
약간의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 계획분에서만 8만7
천t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세계식량계획은 그동안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층 등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량 공급을 전담하다시피 해 왔다. 겨울의 강
추위와 맞물린 국제 지원 감소는 그나마 버틸 힘이 있는 건장한 어
른들이 아니라 이들 약하고 가녀린 집단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
으로 우려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이종무 실장
은 “식량 지원 감소는 어린이의 영양실조와 면역력 약화를 불러
유아 사망률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난방시설이 충분치 않은 상
황에서는 영양만 충분하다면 간단히 나을 병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일부의 낙관적 전망=국제기구의 급박한 호소와 달리 통일부
는 전반적인 북한의 식량사정은 예년보다 괜찮은 것으로 보고 있
다. 올해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등 일부 호전 조짐
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
획도 지난달 발표한 ‘북한 식량 보고서’에서 올해 쌀 수확을 포
함한 북한의 2003~2004 양곡년도 곡물 생산량은 전년(396만9천t)보
다 4.7% 증가한 415만6천t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400만t을 넘어서는 것은 8년만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쪽이 매년 30만t씩의 비료를 지원한 것이 증산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 올목표 60% 그쳐
주민 200여만명 지원 못받을듯
내년 목표 48만t도 장담 어려워
최근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20만t의 식량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북한의 식량사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중국의 식량지원이 언제, 어
떻게 이뤄질 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은 당국이 각종 지원
과 자체 생산분을 집계해 분배하는 시스템이라 국제기구의 지원이
줄었다고 해서 당장 취약계층에 모든 배급이 끊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목표미달의 국제사회 지원=북한이 만성적인 절대적 식량 부족
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호
응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은 매우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세계식
량계획은 북한의 최소 식량 소비량을 510만t 정도로 본다. 이번 양
곡년도 생산량 415만6천t으로도 94만4천t이 여전히 부족하다. 북한
은 이 부족분을 해마다 국제기구 지원과 한국, 중국의 지원, 자체
수입 등으로 메꿔왔다. 이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 온 세계식량계
획의 지원은 2001년 73만t, 2002년 58만7천t 등으로 계속 감소하
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목표량 대비 90%를 웃돌던 실제 지
원 비율이 올해 들어 핵문제에 따른 미국의 발빼기로 60%대까지 떨
어진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세계식량계획은 내년 대북 지원 목
표를 올해보다 적은 48만5천t으로 잡고 있다. 이 목표를 채우지 못
할 경우, 북한의 어린이들은 연례행사처럼 또 한번의 춥고 배고픈
겨울을 살아 남아야 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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