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천참사 현지 구호활동 상황>(종합) 2004/04/27 17:55 송고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평안북도 룡천역 참사가 27일로 사고발생 6일째를 맞았지만 북한 당국은 엄청난 피해 탓에 환자치
료와 이재민 구호는 물론 복구활동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외부의 구호 손길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다양한 대책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지만 구호 및 재건에 필요한 의료 및 의약품
과 생활필수품, 원자재 등이 워낙 부족해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있어 부상자 및 이재민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들은 연일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도 남한 당국과의 구호회담과는 별도로 조선적십자
회는 물론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 조직을 대외창구로 활용, 외부에 구호를 호소하고 있다.

◆ 환자 치료= 북한의 큰물피해대책위원회(FDRC) 등에 따르면 1천 명이 넘는 부상자 가운데 350여명이 신의주 시내 평안북도인
민병원을 비롯해 도 소아병원, 산원, 룡천시병원, 6개의 소규모 의료시설 등지에 분산,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 치료에는 북한의 조선적십자회는 물론 국제적십자연맹(IFRC),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조선적십자회는 자체적으로 비축하고 있는 의약품을 긴급히 지원하는가 하면 의료진을 총동원하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
만 만성적인 의료기자재 및 의약품 부족현상에 의료시설마저 폭발로 파손되면서 캐비닛을 침상 대용으로 쓸 정도로 사정이 열악
해 의료진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와 관련, 토니 밴버리 세계식량계획(WFP) 국장은 27일 평안북도 인민병원 수용자가 200여 명으로 줄고, 제1병원에도 10여 명
이 퇴원, 80여 명이 남아 있다고 밝혀 일부 퇴원자가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최초 인민병원 수용자 가운데 60% 가량을 차지했던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은 몸 곳곳에 입은 화상과 자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의약품이 없어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 이재민 구호 = 북한은 사고 직후부터 장송근 룡천군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지
만 `자력 구호'는 불가능한 상태다.

북한 조선적십자회도 5곳에 임시구호센터를 설치하고 4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를 투입, 구호활동을 펴고 있지만 식량과 옷,
취사도구 등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재민들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학교와 공공시설, 천막 등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거나 친척집에 기거하고 있으나 졸지에 가족
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정신적 충격에 추위와 굶주림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적십자사와 IFRC는 상수도가 파괴됨에 따라 식수난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을 위해 정수작업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부의 지원 물자가 속속 도착, 이재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북한은 베이징(北京)과 단둥(丹東)에 있는 민경련 대표부와 지부를 대외창구로 적극 활용, 외부 구호품을 이재민들에게 전달하
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지난 26일 민경련이 요청한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해열진통제, 붕대 등 의약품을 마련해 30일께
단둥을 거쳐 북한의 조선그리스도연맹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지에는 의약품과 담요, 유류 등이 도착하고 있지만 절대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전했다.

◆ 복구활동 = 이재민들은 27일 날씨가 개자 전날 내린 비로 진창이 돼 버린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 속에서도 달구지를 끌고 나와 흙더미 속에서 가재도구를 찾거나 맨 손으로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목격자들은 체계적인 작업을 통해 복구시기를 앞당기려면 굴삭기나 불도저 같은 중장비와 연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북한 당국의 조치 = 내각의 성(省)과 중앙기관은 현장에 일꾼들을 파견, 대책마련에 나선 가운데 각 기관별로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국가계획위원회와 건설건재공업성, 임업성, 체신성 등은 수백t의 시멘트와 수십㎡의 목재, 통신설비 등을 룡천군에 전달했고 상
업성과 보건성은 생필품과 의약품을 보냈다.

한편 밴버리 국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에
있어서만은 북한의 협조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